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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기 하나 둘 사그러져가는 보고 싶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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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기남 작성일 2008-03-29 19:47 댓글 0건 조회 7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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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을 가려면 이리로 가는 것이 맞나요
그렇다는 대답을 서너 차례 듣고서도
또다시 묻는 여자
역삼동을 가려면 이리로 가는 것이 맞나요
검은 뒤통수들이 뱉어 놓은 가래침이
여자 얼굴 위로 흥건하다

물결이 될 수 없어 아픈 여자
바람 한 다발 꺾어 그 품에 안겨 주고 싶은데
출렁이고 싶어
칼 한 자루 손에 쥐고
이리저리 제 몸을 헤집어도
붉은 빗방울 하나
제 목을 적시지 못하는 여자

고여 있는 제 몸 더러운 물도
양 손으로 떠올려 놓고 보면
투명한 것을
더러운 투명함만 헤아리고 또 헤아리다
결국 제 가슴에 강물을 포개 놓고
바느질을 시작하는 여자

안 땀, 겉 땀
흰 이빨 훤히 드러내며
강물 위로 번지는 백치의 웃음이
내 입술을 억지로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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