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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기 하바드와 도토리 묵(Harvard and Acorn M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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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금식 작성일 2015-10-20 12:50 댓글 1건 조회 1,3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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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에 보니 우리집 뒷산 언덕 상수리 나무들이 도토리를 많이 맺엇더니 시월로 접어 들자 집 정원이며 숲 사이로 떨어지는 도토리로 땅을 덮는것 같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집으로 이십년여년 전에 이사 온 후에 보면 평균적으로 매 격년마다 돋토리 풍년이 드느것 같다. 그런데 올해 도토리는 예년에 비해서 크기도 하려니와 번쩍 번쩍 윤이 더 나는것 같다. 그래서 오후 삼경으로 기우는 해가 서쪽으로 경사 진 정원을 마주 비추면 갈색 호박단추 처럼 빛을 반사 하는것 같다.

   나는 정원 한 구석에 앉았다. 때무든 무명 저고리 댕기 바지를 입은 중노인 농부 할아버지가 쌈지에서 담배 한줌을 꺼내 진 죽대 담뱃대에 넣고 부싯돌 처서 붙인 쑥불에 대어 담배 연기를 뿜어 내며 엉덩이를 땅에 놓을듯이 무릎을 꾸리고 앉자 쉬듯이 나도 앉아서 도토리를 하나 둘 모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 본다.손자 손녀를 불러 놓고 
수확의 기뿜에 차서 바삐 도토릴를 주어 뫃으시던 어머님이 생각 난다.

   어머님은 이곳에와서 봄
여름그리고 가을이면 일꺼리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소일을 하셨다봄이면 산에서 각종의 산나물을캐서 나물 반찬을 만들어 대셨다특히 뒷산 언덕 한구석 양지에서 돗나물이  밭에 심은듯이 나는것을 보고 돗나물 짐치를 하시기도했다.그리고 뒷뜰에 참깨배추무우를 심어 여름철식단을  조달하셨다.
 

    그중에서가을에 들어 서서 도토리  떨어지기 시작하면청솔 다람쥐며 노루들과 경쟁 하듯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도토리를 주워 모아서 도토리묵 그리고 도토리 가루를  만드셔서  꿀에석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먹여 주던 생각이 난다.어머님은 낙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면서 학교란 문턱도 못가보셨다.자신이 한글을 배워서 띠엄 띠엄 읽을 수있는 정도 였다.그러니 아는것이란 자라면서 듣고 본 산나물 컈기와 집안 거들기가 손에 아주 익었엇다그러니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를 생각하면 산나물 채취 그리고 도토리 줍는것이 할머니에 대한 큰 기억이었다.  

   도토리를 주워모아서 한알 한알 까서 물에 잠겨놓고 도토리의 뜬맛을 울궈 내고는 햇빛에 말려서갈고 또 갈아서 도토리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이고 도토리 꿀밥을  만들어서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기도 했다이렇게 알뜰 살뜻이 손자 손녀를 키우는  보람이 무엇일까  하고 나는 생각도 해 보았다.그러나 어머님은 이에 무관하고 그저 그들을 사랑하고 알뜰이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것으로 무었보다도 만족하게 생각하고 삶의보람을 찾는것 같았다.  

   미국에서 아이들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름있는 명문대학으로 가려며는 물론 고등학교 사년의 학업 성적도 중요하고 학력고사 점수도 중요 하지만학생들의 과외 활동과 학교 측에서 요구 하는 생활 수필이 중요한입학 결정의 일부분이다.일반적으로 학교의 성적이 좋다고 해도 과외 활동을 통하여 어떤 분야에 두각을 들어내지  못하면 입학 점수에서 떨어지게되고생활 수필을 통하여 지원하는 학생의 인품의 일부를  보는것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졸업하면서 대학 입학 원서를 내는데 생활 수필을 어떤 주제로 쓰느냐 하는것은 지원하는 학생의 자신이 결정하고 써야한다아이들이 대학교 입학원서를 내면서 자기들은 할머니에 대해서 수필을쓰겠다고 생활지도 선생님께 말을 하고 는 할머니와 앉아서 서로 얘기를 하면서 할머니의 생애에 대한 자료를 얻었다물론 할머니가 영어를 못하니 한국말로 이해가 가든 안가든 열심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들은 할머니에대해서 우리 할머니는 없는곳에서 있는겄을 만들어내고 버릴것에서 귀중한 보배를 만들어 내는 재주의 할머니라고썼다.  할머니가  배운것은 적고영어를 못하여 소통이 안되지만 할머니의 삶을 보고 쓴다고 서론을 말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쓸모가 없다고 그리고 잡초라고 버리는 풀밭에서 우리의  임맛을  돋우는먹을수있는 산나물 들을 찾아내고,도토리의 껍질을 하나 하나 까서 모아서 맛있는 도토리묵이며 도토리 꿀밥을만들어 내는 신비의 할머니라고 기술하면서 자기들도 지원 하는 대학에 입학이되면 우리 할머니가 하찮은 풀밭에서 귀중한 나물을 찾아내어서 자기들을먹이듯이 자기들도 이를 본 받아서 자신을 쓸모있는 사람으로 빛나개 하다고 말하면서 삶의 진수란 거저 주는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딱딱한 도토리의 껍질을벗기고 정성을 들여서 마지막으로 달콤한 꿀밥을 만들어 내고 도토리 묵을 만들어 내듯이 자신들의 무식의 탈을 벗기고 알찬 삶의 진수를 찾으려 노력해야겠다고하는내용으로 수필을 써 내었다.  
 

   그들이 원하던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사회의 중견인 들로서 맡은바 일들을 잘 해 나가는것을 보면 아버지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이 할머니의 삶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기반으로 수필을 써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는 사물을 볼때에 보는 목적 대상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아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것이다이러한 미래의 방향과 선택을 하는것은 자신들이 듣고 배운 배경에입각하게 된다그래서인가 미국의  저명한 시인 Ralph Emerson은 “People only see what they are prepared to see(사람들은 보고자 준비 되여진것들만 본다.).”라말했다아이들이 할머니가 배운것이 많지않고 또 미국에 와서 말도 상통하지 않지만 할머니를 대하고 할머니의삶의 일부를 배워서 아름다움으로 승화(sublimation) 시켰으니그들에 대해서나 혼자 만이라도 자랑스럽다그들을 통하여 어머님의발자취를 보게된다.  
 

   나도 이제는  칠십중반을 코앞에 놓고있다나의 손자 손녀들에게 어떠한 삶의 표본을 보여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낙엽에 쌍인 도토리들을 한줌 주어서 손에 쥐고 머리를 숙여 곰곰히 생각 해 보며 단풍진 산비탈을걸어 올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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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님의 댓글

소리 작성일

아주 좋은 이야기를 담으셨네요..
교육과 고향의 정을 느끼게 되네요
건강하여 오래오래 이야기를 이어주세요..
36기 후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