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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아이와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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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4-24 11:11 댓글 0건 조회 6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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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신호등

제가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딸을 키우는 부모들을 무척 부러워했답니다.

아들이 있으니 또한 딸도
키워 보고 싶은 욕심이었고
딸들은 애교가 흘러넘치는 것이
키울수록 새롭게 느껴지잖아요.

하여 아들넘을 여자아이처럼
옷차림을 주로 여자아이 옷을 입혔고
머리 또한 길러서 묶어 주며 키웠답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세살이 막 되었을 때 아이에게
신호등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지요.
빨간불은 섭니다.
파란불은 갑니다.
노란불은 돌아갑니다.(지금은 바뀌었지만)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쪼그리고 앉아 “쉬~이”를 뉘는데
오줌발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아이의 입에서 “돌~아갑니다.”라는
표현이 나오더군요.

오줌의 색깔이 노란 색이다보니
엄마가 열심히 가르쳐 준 신호등 생각이
갑자기 났나 봅니다.
무슨 소리인가를 한참 생각하다 이내 알아차리곤
그날 얼마나 웃었는지요.

사건은 그렇게 웃는데서 끝난 것이 아니랍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없어진 것 입니다.

그때 제가 살았던 곳이 서울 상도동 터널 위에
자리잡은 조용한 동네이었지요.

조그만 아이가 사라지니
정말 막연하고 찾을 길이 없더라고요.

울며불며 애타게 찾아다닌 시간이
두 시간이 넘었고
출근했던 남편까지 돌아와서는
동사무소 방송까지 하며 찾아 다녔답니다.

그때 제 아이의 특징이 어린 나이 임에도
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다행스럽게 한 청년이 안타깝게 물어 보는 저에게
“터널 밑에서 본 것 같다”는 정보를 주더군요.

허겁지겁 뛰어 내려가 보니
아~이~구~
아찔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고요.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던 제 아들이
열심히 현장 실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 불이 켜지면 기다리고
다시 파란 불이 켜지면 뛰어 가는
신호등 실습 말입니다.

몇 시간째 반복으로 뛰어 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던 제 아이의 옆에
또 다른 아이가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지쳐 있는 아이를 업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
저를 더욱 놀라게 하였습니다.

“딸을 잃어버리고 그렇게 애타게 찾아다니더니만...ㅉㅉ”

아무리 제가 아들을 딸처럼 키웠다고...

세~상에 그건 그렇고
“딸은 자식이 아니래~요?”

아이들에게는 신호등에 대한 교육도
너무 빨리 알코 주믄 클난다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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