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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기 천국에서 보내온 교수님의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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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해군 작성일 2006-05-15 21:45 댓글 0건 조회 5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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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내온 교수님의 문자?


'벌써 천국에 도착했네. 생각보다 가까워. 내가 가까이 있으니 너무 외로워하지들 말게.'
대전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서유리(22·여) 씨는 11일 오후 10시 56분
대전 유성구의 자취방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누구의 전화번호인지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발신자는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43세의 나이로 8일 세상을 떠난 심재호(沈載虎) 교수였다.
"교수님이 투병의 와중에서도 작별인사를 예약하셨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울컥 눈물이 솟았다.
그는 휴대전화 액정에 떨어져 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답신 메시지를 보냈다.
'교수님의 제자로서,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
서 씨 외에 이 학과 조교 출신 이영신(33·복지단체 근무) 씨 등
10여 명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심 교수의 제자 13명은 스승의 날인 15일 심 교수가 안치된 대전의 구봉산영락원을 찾았다.
스승의 날 노래를 조용히 합창한 뒤 카네이션을 납골함에 달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자들은 나중에야 휴대전화 메시지가 예약 발송된 것은 아님을 알았다.
투병 중에 자주 안부를 물었던 이영신 씨가 장례식 후인 11일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이제 평안히 가셨을 것으로 믿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심 교수 휴대전화로 보내자
부인 장모 씨가 보낸 내용이었다.
장 씨는 "남편이 예약 발송을 했거나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유언을 하지 않았지만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답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학생들이 지루해 하는 모습이 보이면 야외로 수업장소를 바꿨고
갑자기 동아리에 팥빙수를 들고 나타났었다.
수업시간이나 MT 때는 인기 록 밴드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를 자주 부르는 등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 학생들이 '피터팬'이나 '어린왕자'라고 불렀다.
이 학과 학생회장 최재혁(24) 씨는 "고민을 상담할 땐 아버지 같이 엄격하고
걱정스런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대장암을 선고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며 1학기 수업을 마쳤고
2학기 강의까지 끝내려 애썼다.
대외활동도 열심이어서 대전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충남사회복지협의회장을 지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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