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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風景이 있는 Essay 2 - 남이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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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1-08-10 11:24 댓글 1건 조회 4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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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선 이 길은 남이섬의 상징과 다름없는 짧지만 아름다운 길입니다.
길지 않기에 애틋하고 자신이 걸었던 발자국의 흔적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그런 길입니다.   

이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나는 수년 전부터 기회가 닿을 때 마다 남이섬을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한 번 들어갈 때 마다 워낙 입장료가 비싸 아예 나미나라의 여권을 만들고 비자를 발급받아(?) 출입을 해야 했습니다.
비자를 받으면 1년간 입장료가 두 번 출입하는 요금보다 싸기 때문이지요. 

내국인은 물론 한류열풍을 타고 이 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평일도 늘 장터처럼 붐비고 먼지로 뽀오얗게 덮히기 때문에
잘 찍거나 못 찍거나 를 떠나 이 같은 장면을 한컷 건진다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입니다. 

일본인으로부터 중국, 태국, 말레시아, 방글라데시, 대만, 아랍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마치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 곳에는
그들만의 언어로 감탄을 자아내며 추억 쌓기에 몰입하는 모습들지만 모처럼 좋은 장면 하나 찍어 보려고 온 어줍잖은 사진쟁이에게는
짜증 그 자체이지요.

삼각대를 펴서 카메라를 장착하고 하루종일 기다려도 그들의 행렬은 끝이 없습니다.
하기야 남이섬 하나만 바라보고 불원천리 이 먼~나라까지 날아온 그들을 원망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한 달여 전, 이번에 한컷 못 건지면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고 찾았던 남이섬,
드디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렸습니다. 

제발 좀 비워 주십사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3분여의 아주 짧은 한 순간 사람들은 발걸음을 늦추고
한여름의 성근 바람이 먼지 마져 씻어 간 데다가 마치 연출이라도 한 것처럼 길손 세 명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길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삼각대를 설치할 틈도 없이 급하게 렌즈 캡을 열어 연사에 놓고 샷터를 누릅니다.
한 시절 내인생의 동반자였던 낡은 고물 카메라가 모처럼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샥 샥 샥...오랜 기다림 끝에 월척을 한 듯한 손 맛과 구름 위를 나는 듯한 통쾌, 상쾌감이라니...

그래서 탄생한 이 사진 한장을 엄선해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행운이 되려면 기회와 준비가 만나야 한다. " 안철수 어록 중에 한 대목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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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crop도 아주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