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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풍경이 있는 Essay 6 - 가을, 그녀? 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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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1-11-22 12:02 댓글 0건 조회 5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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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 보아도 오두마니 강변을 늘 그렇게 지키고 앉아 있습니다.
누구를 그토록 기다리는지...언제나 시선은 강 건너 먼~곳을 응시한 채 말입니다.
착각이겠지만 그 시선의 끝쪽에는 내가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춘천에서 커피 매니아들이라면 알 만한 강변 찻집 앞.
그녀는 오늘도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보냅니다. 

날카로운 카메라 금속성 셔터 소리에도,
바람에 굴러 온 낙엽이 발등을 간지럽혀도,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켜켜이 어깨를 덮었다가 녹아 내려도
그녀는 수년 째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습니다.

바보 같지도 발칙하지도 않은 언제 보아도 변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은 때론 사람을 화나게 할 때도 있지만 위로가 되어 줄 때도 있어
차마 잊지 못하고 한해에 네 번, 그러니까 계절마다 한번씩은 그녀가 있는 찻집을 찾게 됩니다.   

한 여름 그 푸르름을 자랑하던 잔디가 황금빛으로 변하고 
가까이 아주 오래된 수관이 큰 느티나무가 낙엽비를 내려 주던 어느 늦은 가을 날
그 곳을 찾아 그녀에게 멋진 포즈를 잡아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녀는 아무 말이 없기에 암묵적 동의로 알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앞 모습과 옆 모습도 참 좋기는 한데 보는 사람의 눈 높이에 따라서는 좀 거시기...해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그녀의 뒷모습을 골라 올립니다.
그녀의 피부는 들국화 같은 연보라 빛입니다. 해서 그녀의 이름을 '보라'라고 붙여 줬습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합니다.
다행히 아내는 그녀에게 만큼은 질투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녀" 라고 부를 때 "아, 그 년!" 이라고 표현하는 외에는 말입니다. 

다음에 저를 만났을 때 혹 기억이 나거든 아내가 곁에 있던 말든 "보라 잘 있느냐"고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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