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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그것을 살리는 일은 내가 하기에 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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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당동 작성일 2007-10-02 20:45 댓글 0건 조회 3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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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진묵 선사가 길을 가다가 소년들이 시냇가에서 고기를 잡아서 끓이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몸을 구부려 끓는 솥 안을 보며 탄식했다.

"잘 놀던 고기들이 죄 없이 삶아지는 괴로움을 받는구나."

이에 한 소년이 조롱을 했다.

"스님께서 이 고깃국을 잡숫고 싶은 게로군요."
"암, 준다면야 맛있게 먹지."
"그럼 이 한 솥을 모두 스님께 드릴 터이니 다 드셔 보셔요."

그러자 선사는 구리솥을 번쩍 들어 단숨에 먹어 치웠다.
소년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살생을 금하라 하셨는데 스님은 고깃국을 자셨으니 진짜 스님이 아닙니다."

진묵 손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고기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지만 그것을 살리는 일은 내가 하기에 달렸지."

그리고는 아랫도리를 벗고 냇물을 등지고 앉아 설사를 했다.
그러자 수많은 은빛 물고기들이 진묵 선사의 항문에서 쏟아져 나와 물 위로 솟구치며 뒤놀았다.
진묵 선사는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말했다.

"귀여운 물고기들아! 멀리 큰 강으로 가서 다시는 삶아지는 고통을 받지 말거라."

(풍경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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