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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옛 추억을 회상하며...Story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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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5-27 21:59 댓글 0건 조회 8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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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급한 전보를 받고 부대로 들어갔을 때
한 남정네는
다행스럽게도 부대 내에서 생활이 평소에 착실했었던지
위 상사 되시는 분의 차분한 질문과 배려로 징계를 받는 대신
저에게 전보를 띄우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위 상사의 말씀을 빌리자면
부대 잔디밭을 통곡하며 뒹굴면서 계속 제 이름만 부르더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전해들은 저는 ‘언제 이 남정네를 미워했었느냐’는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이 남정네 역시 제일 먼저 저의 배를 바라보더니
배를 끌어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무릎 꿇고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저의 배를 꼭 끌어안고 울고 있는 이 남정네를 내려다보며
그동안 가슴속에 안고 있었던 가슴앓이를 끝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논쟁도 더 이상의 말도 필요 없는
이 남정네의 진실한 눈물 앞에
저는 성숙한 한 여자로 거듭나야만 했습니다.

-------중략------------

집으로 돌아온 한 여인과
한 남정네의 진한 사랑이 꽃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하루를 거르지 않고 소식을 전해 오는
한 남정네의 애틋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놓치지 않으려고
휴가 때 저의 집을 다시 방문하여
부모님께 정중히 인사하는 예의를 갖추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이
저희 집안의 1남 1녀의 자녀 중에 제가 막내인데
오빠를 제치고
빨리 결혼을 시킬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생각이 단호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속내는 제가 어려서부터
약주가 과하신 아버지의 행동이 지겹게 느껴져
하루 빨리 아버지의 곁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말 이 사실을 부모님께서 아신다면
‘애지중지 자식 키워 나봐야 소용없는 일이구나’ 하고
무척 마음 아프셨을 겁니다.

지금에 와서 그때의 제 심정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해도
최후의 선택이 아마도 빨리 결혼해서 다른 가정을 꾸미고
술 마시지 못하는 한 남정네를 잡고 싶은 마음이
속일 수 없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눈치만 바라보고 있던 어느 날
뭐가 그리 급했던지
미납의 편지 한통이 또 날아 왔습니다.

‘보고 싶으니 몇 월 며칠 몇 시에 강릉 고속 터미널에 도착하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부모님께 친척집에 다녀오겠노라 거짓을 고하고
혼자 강릉 고속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때 동부고속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운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시간동안 사색을 즐기다 보니
아슬아슬한 대관령 고개를 넘어 한 남정네가 애타게 기다리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얀 블라우스에 끈 달린 빨간 원피스를 입고
강릉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이 남정네 혼자가 아닌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마중 나왔습니다.

지금의 친구인
서 우석님, 이 재송님, 심 광렬님등 이렇게 세분으로 기억합니다.
강원도 산골 마을의 친구들이 서울 여자를 구경하겠다고
일부러 모였었다고 했습니다.

이 남정네
지금 gnng 소리 방송을 하면서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을 그려 보는 맨트를 할 때
아마도
그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아닌 가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옆에서 히죽이며 함께 생각을 더듬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세 명의 친구와 한 남정네 그리고 한 여인
이렇게 다섯 명이 음악다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남정네도 아닌 여러 남정네 틈에 끼어
너무 민망할 정도로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숨이 막혀 오려는 순간
“뭐 드시겠어요?”
투박한 물 컵을 건네주며 주문을 요구하는 아가씨의 말문으로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난 커피, 너는?” 하고 서로 주고받더니
저에게 다시 묻더군요.
“제수씨는 뭘 드실래요?”
자신들도 짓궂은 질문을 해놓고 우스웠던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무릎위에 얹어 놓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저도 커피 주세요.” 했더니
“아가씨~ 여기 마카 커피요.”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순간 주문이 잘못 되었음을 눈치 채고 손을 저으며
“아~ 아니고요. 저는 보통 커피로 주세요.”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방 안이 떠나갈 정도로
남정네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와서 아는 이야기이지
그때 ‘마카’라는 단어를 알기나 했겠습니까?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나쁜 사람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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