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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잃어 버린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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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주부 작성일 2006-07-10 13:46 댓글 0건 조회 6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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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버린 우산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날도 오늘과 같이 추적거리며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학교를 파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제 손에는 비를 피할 우산도 없었습니다.

시끌벅적 아이들은 요란하게 떠들며
하교 길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친구 녀석이 큰 소리로 떠들었습니다.
“종호야! 너 네 할머니가 우산 갖고 오셨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치는 곳을 바라보니
할머니가 아닌 우리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서 계셨습니다.

저를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종호야~' 하고 반갑게 부르시려다 멈칫 하셨는데
저는 그냥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친구 녀석이
“너 네 할머니 우산 갖고 오셨다.”고 큰 소리로 떠들어서
이미 많은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친구 녀석들 앞에 할머니라고 불려진 우리 어머니를
저는 어머니라고 자신 있게 불러 보지 못했습니다.

그 날 저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엉뚱한 곳으로 도망 가버렸습니다.
말없이 굵은 비를 맞으며 말입니다.

비를 쪼르르 맞고 한참 후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보시더니
아무 말씀 없이 수건을 건네주셨습니다.
수건을 낚아채듯 받아들고 쓱 닦고는 다시 제 방으로 들어 가 버렸습니다.

“종호야! 저녁 먹어야지?”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제 방 문을 여셨습니다.
“안 먹어.”소리치며
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여신 문을 다시 꽝 닫고 엎드려 울어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더 이상 밥 먹으라고 부르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날이후
어머니께선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다시는 우산을 갖고 학교를 찾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오늘
소중했던 어머니의 우산을 기다려 보지만
이제는 영원히 잃어버린 우산이 되었기에 예전처럼 비를 맞고 걸어야 합니다.

잃어버린 소중했던 우산을 그리워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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