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7기 해질녘의 감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야부리 작성일 2006-07-09 12:16 댓글 0건 조회 578회

본문



***해질녘의 감상 ***

해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나이아가라 줄기의 물무늬 끝
하늘을 가로질러 뒤엉킨
하루살이떼의 마지막 소동을
오늘 나는 실눈으로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밤바람에 영그는 뒷마당의 살구의 내음이며...
울을 타고 기어오르는 넝쿨장미의 아우성을

오늘 나는 어설픈 모양새로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박힌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넣으며
조용히 몸을 숙여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한 아련한 기억
옹이로 변할 때 까지

반딧불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하던 그 길
이제는 인적이 없어
무성해져 있을 수풀더미 앞에
마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라고...

글쓴이: 최 종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