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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선지식의 가르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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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2-03-05 11:02 댓글 0건 조회 3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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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辭世(사세)>
無常肉身開花蓮裟婆(무상육신개화연사바)
幻化空身顯法身寂滅(환화공신현법신적멸)
八十年前 渠是我(팔십년전거시아)
八十年後 我是渠(팔십년후아시거)

<세상을 떠나며>
무상한 육신을 사바에 연꽃으로 피우고
허깨비 빈 몸을 침묵 속에 진리에 몸으로 드러내네
팔십년 전에는 그가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그이더라

위의 偈頌(게송)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시고 얼마전 入寂(입적)하신
지관 큰 스님의 臨終偈(임종게)입니다.

學僧(학승)으로 오랜 세월 정진하셨던 큰 어른께서 세상을 떠나시며
아직은 세상에 몸을 담고 자기는 결코 세상과 하직하지 않을 것처럼
마음의 영원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후려치는 큰 울림의
한 소리를 질러 놓으신 것이지요.

태어나기 전의 나는 도대체 무엇 이었으며
삶이 다하는 날 나는 무엇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어느 순간 부모님의 한 번의 행위로 내가 생겨난 것이며
세상을 떠나는 날 그 무엇도 아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팔십년 전에는 그가 내가 되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그로 되 돌아 가네.“

스님께서는 정말로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로 돌아감을 아신 것일까?
스님께서는 정말로 그가 무엇인지 꿰뚫어 보신 것일까?
수행을 하면 정말로 그가 나임을 알게 되는 것일까?
수행을 하면 정말로 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고 또 궁금한 일입니다.

善知識(선지식)은 무상한 육신과 허깨비 텅 빈 몸이 다르지 않아
삶이 곧 죽음이며 죽음이 곧 삶이라는 不二(불이)의 法門(법문)을 열어 젖히고
나를 불러 몽둥이를 내려 치는데
진리에 눈먼 나는 無明(무명)의 껍데기가 두텁고 두터워
몽둥이의 충격이 아리송한 의심으로 다가올 뿐
脫殼(탈각)의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음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주제를 받아 비록 凡夫(범부)로 태어났으나
“境界(경계)와 마주할 때 그 경계가 곧 나 일뿐” 이라는 話頭(화두)같은 구절 속에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되는 도리가 있음을 아는 것이
아름다운 우주에 사람으로 살다갈 수 있었던 내게 주어진
꼭 풀어야할 숙제임을 잊지 않고 살려합니다.
허나 서둘지는 않습니다.

서쪽으로 기운 나무는 언제인가는 서쪽으로 쓰러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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