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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산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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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2-02-20 20:02 댓글 1건 조회 5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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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작은 바람이
마당에 흩어진 가랑잎 몇 개를 몰고 다니고
졸음에서 놀란 바둑이가
헛기침으로 쑥스러움을 감추는 오후

봄을 기다리는 자작나무 숲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커져 가는데
연탄불 따스한 거실에
메주 뜨는 향기가 구수하다.

콩을 불려 맷돌에 갈아
삼베 보자기 걸러 쑤어낸 두부가
김장김치와 어우러져 입 맞을 돋우고
지난 가을 담가놓은 산 더덕 술 향기가 입안 가득하다.

며느리 보던 날 입었던
아내의 한복치마 색깔 하늘에는
한가로운 낮달이 떠있고
갓 헹구어낸 옥양목 구름이
비워야 채울 수 있는 허공을 드러낸다.

햇볕에 앉아 허기를 달래던 까마귀
말라붙은 홍시에 매달려 서로 다투고
깨짚 더미를 헤집던 참새들이
후루룩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데
앞 뫼둔지를 내려온 고라니 한 마리가
솔은 눈을 딛고 개울가를 서성인다.

금방 봄이 오려나?
실개천을 타고 올라온 아랫말 바람에
갈참나무 숲이 기지개를 켜고
잠자던 버들강아지
고운 털을 드러내 우수가 지났음을 알리는 것을 보면.

내일은
앞 밭 냉이를 캐야겠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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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산골에도 봄이 오는군요.
냉이 향기가 여기 까지 나는듯........
전원이 더 바빠지기전에 함 만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