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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기 만 추(晩秋)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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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 호락 작성일 2009-10-22 22:18 댓글 0건 조회 7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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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晩秋)  --  32

    - 晩秋와 觀光 -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수놓은 만추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설악산에서
강농인의 우정(友情)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뽐내고 있는
사진속의 모습을 보니 이 가을에 관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진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것은, 가을이 깊어 가고있음을 느끼게 되는것이다.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가득하게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3일,
상강(霜降)을 전후한 이즈음은 해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절기상으로도 상강(霜降)때가 되면 주변에서는
단풍 구경가는 얘기가 주류를 이루기도한다.


관광(觀光)이라는 말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관광은 한때 시골 아낙들의 소망(所望)이요,
사는 낙(樂)이기도 했다. 전통 놀이 문화가 전멸하다시피 하고
마을 공동체(共同體)의 문화가 사라지면서
관광은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관광은 고단한 삶의 애환(哀歡)을 달래기 위한 것이기보다
건강(健康)과 여유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 발전되어 가고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많은 행락지(行樂地)에서
눈요기와 입맛 즐기기에 좋은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 관광(觀光)이라는 말의 어원(語源)은
‘주역’(周易) 관괘(觀卦)중 ‘觀國之光’(나라의 빛남을 본다)이라는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관광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빛남을 본다’는 뜻이다.
가을 풍경에 맞는 ‘빛남’의 의역은 ‘본체’ 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본다’는 뜻의 ‘관(觀)’은
송대의 거유(巨儒) 이천(伊川) 정이(程?)가 ‘역전’(易傳)에서
“가까이 보는 것보다 더 밝은 것이 없다”(觀莫明於近)고
말한 바와 같이 스쳐 지나가듯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신중한 자세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의 관광은 삼국시대로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는데,
불교봉축행사나 사찰을 참배하는 신도들의 종교여행이 주를 이루었고
그밖에 신라 화랑도의 전국 명소 순례여행, 시인묵객의 풍류여행,
매년 지방마다 개최되었던 각종 민속행사의 참가 등에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가을 풍경을 구경하는 진정한 모습은 ‘가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지하게, 온몸으로, 천천히 느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바빠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찾고자 한다면
빠른 관광버스의 이동 속도는 무시하고라도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늦가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어루만지고 보듬고,
더 나아가서는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사실 만추가 더욱 위대한 것은 받은 만큼을 남김없이 모두
돌려주고 새로 채워짐을 기다린다는 데 있다.

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만끽하기 위해서는 하산길에
도토리묵에 막걸리로 목이라도 축이고,
산채 비빔밥을 먹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잡탕 이나 짬뽕같은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산채로 만든 비빔밥은 자연으로 돌려보내 준 것들을
모아서 만든 ‘혼합물’이라고 한다면 잡탕 이나 짬뽕같은 것은
인간이 작위적으로 만든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 또한 자연의 일부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갚아야 할
짐이 적은 혼합물인 막걸리와 산채 비빔밥이 더 몸에 맞을 것이다.

익어가는 가을의 소탈함과 깊이만큼이나
친구들과 격의없는 우정(友情)나누고
인생의 겸허함과 깊이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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