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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기 당신의 가을 /靑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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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른솔 작성일 2008-10-09 12:39 댓글 0건 조회 5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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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가을

                                  김선익

머리수건을 간간히 흔들던 바람과
열애를 하던 따가운 가을햇살이
멍석 위 붉은 고추의 수분을 흠치는 오후
손마디가 앙상한 쭈글쭈글한 어머니가
묵묵히 벌래먹고 짖 무르고 희나리를 고른다
저 붉은 고추도 하루가 멀다 하고
손등같이 쭈글쭈글 쑤들며 수분이 빠질게다

풋고추처럼 탱글탱글한 여름날 있듯이
우리 어머니
여름날 뙤약볕 같은 연정과
물기가득 시퍼렇게 탱글탱글한 젊은 날도 있었지
자식 낳고 기르시다 시들음 병 걸린 고추처럼
물기 없이 시리도록 가녀리게 늙으신 당신
그 곱던 자태는 어디두고 붉은 고추처럼 말라만 가시나요?

태양초 붉은 가루 자식에게 골고루 나눠주실 기쁨에
윤기 없는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물렀다 가고
나 죽으면 금초하기 힘들다고 화장하라 하시며
내 하얀 가루는 바람결에 날리라며 덤덤하신 당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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