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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비정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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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碩學) 00선생께서
국민(國民)이란 용어보다 인민(人民)이란 용어가 올바르다 했다
예전엔 미쳐 몰랐던 새로운 의미을 발견했다는 듯 탄성이 청중석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어서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되고
눈시울이 젖은 석학 00선생의 얼굴이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크로즈업 되었다
아래는 안중근 의사께 보낸 어머님의 편지 내용이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평범하게 살아온 나에게도 감당키 어려운 눈물겨운 편지다.
삶은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당당하게 죽으라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어찌보면 냉혹하고 모진 비인간적 요구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바쳐 대의 명분을 지키라는 저 어머니의 처절한 강단(剛斷)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흔하게 널린 한 사람의 범부일 뿐인 내가 어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만
내 멋대로 상상해 본다.
나라(國) 위해 네(民) 목숨을 버리라는 사상이다
대의(大義名分)를 위해 소아(小我)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사상이다
안중근은 대한민국 인민(人民)이 아닌 국민(國民)이었기에
안중근(小我)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민족정신을 훼손 시켜서는 안니된다는
어머니의 국가우선주의 사상과 신념이 내린 강단(剛斷)이라고 믿고 만다
인민(人民)이란 명칭이 바르다던 석학께서
국민(國民)으로 죽으라는 어머님의 편지에 눈물을 보이신
앞과 뒤가 충돌하는 이 모순된 석학 00선생(강사)의 논리에 이어
감성어린 선생의 눈물 모션(motion)까지 지켜보며
지성인의 이중성을 나홀로 받아드리고 삭혀야 하는
저리고 아픈 나의 비애(悲哀)를
그 누가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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