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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우연이 아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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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4-14 12:46 댓글 0건 조회 9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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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복도 밖에서 들려오는 노 사연님의 만남노래였습니다.
    나가 볼까, 아니 귀찮은데 그냥 있어야지...
    혼잣말을 지껄이며 내가 왜 이곳에 그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식음 전폐하고서라도 이곳에서
    꼭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만이 제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2인실 옆 침실을 이용하시는 할머님께서는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못하고
    성경책 한권을 옆구리에 끼신 채 방안을 서성거리셨습니다.
    “새댁! 새댁은 왜 여기 들어 왔는가? 난 말이야 자식 X 들이
    내 재산이 탐이 나서 날 여기에 가두어 놓고 서로 재산 싸움을 하고 있어"
    할머님께선 열심히 저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저의 귀엔 건성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도 밖에 있는 모든 문들은 굳은 철망으로 사방을 막아 놓고
    출입구의 문도 두꺼운 철과 환자들의 자해를 막으려는 보호막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 놓았으니 그 경비 또한 삼엄했습니다.

    하루에 한번 사식 신청을 하는데 할머님은 지병이 있으시다 하시며
    육류 대신 당근 200 그램을 섭취해야 한다고 당근 신청을 하셨고
    주변에 다른 환자들도 모두 살겠다고 각자의 먹 거리를 신청을 했습니다.
    저는 계속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마치 사회에서 죄를 짓고 들어오는 감방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조금 후에 어디선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아주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자가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젊은 남자에게
    때릴 듯 말 듯 하는 액션에 놀라 누런 코를 범벅이며 맞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의 방어
    액션을 쓰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들만의 사정은 모르지만 순간 제 나름대로의 판단은 그 남자를 피의자로 지목했습니다.

    ‘나쁜 X 생기기는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것이 여자 속을 얼마나 썩였으면 젊은 나이에
    결혼생활을 극복 못하고 이런 곳에 가치게 만들어? 정말 나쁜 X이네...‘혼잣말을 지껄이며
    그 여자가 가엽다는 생각에 한없이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의사가 달려와 “이제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왜 찾아와서 악화시키느냐 그렇게
    하려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단호하게 꾸짖었습니다.

    떠밀리듯 그 남자는 이곳을 빠져 나갔고 여자는 마음이 금 새 안정 된 듯
    저에게로 다가오더니 “2인실에 계시니 외롭지 않으세요? 조금 있으면 한사람이 퇴원하니
    저희 방으로 이사 오세요.“ 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작은 소파에 여럿이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야! 자리 좀 비켜.” 하니까 한사람이 대답하는 말이
    “네 엉덩이가 그렇게 커?”하고 반문했고 또 다시 여자는 “아니”라고 대답하니
    “그럼 앉아봐”하고 여자에게 앉을 것을 권했고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앉는데 성공했습니다.
    “거봐...” 앉을 수 있었다는 그의 생각이 담긴 짧은 말을 남기고 일어난 후 여럿이 시청하고 있는
    텔레비전 채널을 사정없이 돌린 후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정말 정상인으로서 그들만의 단순하고 엉뚱한 대화를 보고 있자니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곳에서 16세의 어린 여자아이가 눈에 띄어 제가슴을
    또 한번 아프게 했습니다.
    한 남자는 열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불을 붙여 피우고 있었고
    자기네들끼리 복도를 왕래하며 골프 치는 연습도 해보고 노래도 흥얼거리며
    나름대로의 편안한 생활에 오히려 그들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잠시 후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어디에서 많은 사람들이 복도 쪽으로 몰려와
    “국민 체조 시~작”하는 구령에 맞추어 체조를 하였습니다.
    순간 또 한번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상태가 더 많이 안 좋아 아예 자물쇠로 잠긴 감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수술 후 마취가 깨어나지 못해 중환자실을 헤 메이다 의사의 실수로
    이 방으로 옮겨 진후 2박 3일간의 긴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텔레비전에서나 혹은 길을 걷다 간간이 부딪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 중
    정신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적나라하게 체험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었고 남편 손에 구출되어 정말 미친 듯 그곳을 빠져 나왔지만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수건도 하나 없이
    얼굴을 자신의 팬티로 닦고 계셨던 같은 방의 할머니께
    수건 하나 사 드리지 못하고 나만 살겠다고 황급히 빠져 나온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제가 보상 받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을 당했지만
    우연이 아닌 이런 만남의 사람들을 접할 때 마다
    인간이 아닌 듯 동물을 지켜보듯 손가락질하며 쑥덕대는 정상인으로서의
    우리네 삶을 다시 한번 뒤돌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미치고 싶어 미치는 것 아니고...
    아프고 싶어 아픈 것 아니듯...
    내 정말 정상적인 마음으로 살기 힘들 때 순간 미친 척 해보려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이 우리네 생활이고
    내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환경이 힘들고 지칠 때 확 죽어 버리고 싶은 것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손가락 하나 잘린 넘이 남의 다리 잘라 내는 아픔을 모르듯...

    우리네 삶은 남의 입장에서 한번쯤 다시 생각하고 같이 아파하는 시늉마저
    각박해져 있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숨어서 봉사를 헌신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제 인생에서 2박 3일간에 정신병동의 생활이 참으로 많은 생각과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강한 생각으로 정신만은 놓지 말고
    살면서 정말 인간답게 살았다는 이 말만은 듣고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제 생각에 대한 지루한 생활소감이었습니다.

    긴 글임에도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2006년 4월 14일 금요일 불량마눌 의 체험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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