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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보셨습니까?

학산마을 굴산사지에서 들려오는
장고, 훈, 동발, 비파, 피리, 생황, 공후, 대금이 어우러져
소리 없이 연주되는 장엄한 합주곡을.

언제나 당신이 마음을 내어
범일국사의 부도 앞에 서서
헐떡이는 마음을 내려놓기만 한다면
천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주되는 천상의 합주곡이
당신의 가슴을 울리고
당신의 영혼을 깨울 것입니다.

중생들을 향한 자비심이
명을 달리한 뒤에도
왜구들의 창칼을
가랑잎으로 물리치고

풍재
수재
화재
삼재에 시달리는 어리석은 삶들을
대관령 성황에서 지켜주길 어언 천이백년

오늘도
엄청난 위용으로 세워진 지주에
하늘을 찌르는 무형의 당간을 세우고
야단법석의 깃발을 달아
중생을 모으고

범부에게는 성황신의 모습으로
수행자에게는 주장자를 내려치는 스승으로
사자좌에 올라 토해내는 침묵의 법문은
여덟 분 비천상의 악기를 울려
예토의 어둠을 거두고 있습니다.


※범일국사 부도는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지에 모셔져 있으며 보물 제85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