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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풍경이 있는 Essay 16 - 박물관의 청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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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Y 작성일 2013-04-24 10:57 댓글 0건 조회 4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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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라고 여기 저기서 호들갑들인데 필 듯 말듯 감질난 모습에 짜증이라도 났는가 봅니다.
삭풍에 봄비까지 한바탕 훑고 지나간 후에야 못이기는 체 청매화가 화르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진달래 개나리처럼 철닥서니 없이 뽐내듯 일찌감치 피었다가 춘설에 몸이라도 상할까,
예측이 안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나름 생존의 법칙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오랫동안 벼르고 벼른 경포대 벚꽃 나들이가 무산된 날,
대신 보상이라도 받을 냥 찾은 국립 춘천박물관 뜰 앞에 핀 청매화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도록 풀 잘 멕인 옥양목 새이불 속에서 한바탕 雲雨의 情을 나누고 싶도록
화장을 막 지우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새 각시만 같고,   
 
청매화가 봄을 불러온 것인지 봄이 청매화를 불러온 것인지,
마침 쏟아진 봄 햇살을 맞으며 벙그는 꽃잎에는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물씬 묻어 납니다.

꽃만 부지런히 찍어대는 채정 친구에게는
'꽃은 세살 아이가 찍어도 작품이 나오니 제발 꽃 사진 좀 찍지 마라' 해 놓고
나는 오늘 청매화의 유혹에 넘어가 그도 잊고 카메라 샷터를 눌렀습니다. 

매화에게 온통 마음을 주고 온 날, 경포대에는 꽃비가 내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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