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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귀농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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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1-11-18 06:20 댓글 0건 조회 5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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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귀농의 가을걷이를 끝냈다.

앞 텃밭 500평에
고추 400포기를 심어 붉은 고추 6가마니를 따서 모두 태양에 말려
태양초 3가마를 수확하였고, 들깨 5말, 참깨 5되, 메주콩 2말
서래태콩 1말, 고구마 2박스, 땅콩 약간을 수확하였다.

뒷밭 100평에서는
옥수수 조금, 감자 2박스, 김장배추 180포기, 김장무우 300개, 알타리,
오이, 토마토, 호박, 파 등을 수확하였고, 겨울 월동추와 시금치가 잘
자라고 있다.

집 옆에 공터 약 30평을 일구어
도라지를 심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파랗게 싹이 돋아나고 있다.

집 뒤 야산에 지난번에 구입한 명이나물을 100포기 심었고
쑥, 칡순, 왕꼬들빼기, 질경이, 산초잎, 들깨 햇순으로 담구어 놓은
효소들을 모두 걸러 저장하였다.

귀농 첫해, 바쁘게 보낸 한 해였었지만 정말로 즐거운 날들이었다.
60년 가까운 나의 삶에서 몸은 힘들었지만 이렇게 마음이 여유롭고
세상이 환희로 가득한 날을 맞이한적이 있었던가.

자작나무 동산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뒷산 소나무 아래 평상을 찾아오는 산들바람,
물안개 피는 승천사 골짜기,
여름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갈참나무 숲,
아침 바우길에서 마주치는 새들의 노랫소리,
추녀에서 떨어지는 장맛비 낙수소리,
대관령을 타고 내려와 골짜기를 메워 흐르는 안개의 홍수.
고운 자태로 물들어가는 각양각색의 단풍,
고사리,두릅,버섯 그리고 갖가지의 나물들의 향기,
움이 트고, 자라고, 열매 맺는 농작물들과 함께하는 나날들…

어느 것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나와 연결된 자연의 고리들을
삶이 저물어가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
우둔한 나에게는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오늘 김장준비로 배추와 무를 뽑으면서
옛날 초등시절 하교길 주린 배를 채우려
길가의 무 밭에서 길게 자란 무를 입으로 껍질을 베껴내고
우적우적 씹어먹던 그 때가 생각나
무 하나를 뽑아 흙을 털고 맞을 보니
허! 세상에
어느 과일이 이 보다 더 맞이 있을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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