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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풍경이 있는 Essay 10 - 창덕궁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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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2-05-05 20:34 댓글 0건 조회 4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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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5월입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생각이 들자 잡다한 살림살이로 가뜩이나 좁다고 생각되던 생활공간이
오늘따라 왠지 휑~하게만 느껴집니다.

때로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왁자지껄 하던 집안에
어느날 원하던 대로 마침 혼자 덩그마니 남았을 때
반전처럼 오란 도란 아이들과 뒹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입니다.

5월을 코앞에 둔 4월의 마지막 주 휴일, 이심전심이 된 몇몇 친구들과 훌~쩍 고궁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조선왕조 육백년과 일제 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불타고 헐고 옮겨 짓기를 거듭하며
숱한 영화와 상처를 추스리고 앉아있는 창덕궁.

그럼에도 창덕궁은
눈부시게 뽀오얀 옥양목 치마 저고리에
동박기름 바른 검은머리 가르마 곱게 타시고 장터에 가시던 어느날의 어머니처럼
반짝이는 기와를 머리에 이고 단청도 곱게...우정 찾아온 나그네들을 맞고 또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창덕궁의 뒷편에 있는 비원(秘苑)이 '비밀의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쉽게 문을 열어 주지 않았던 일입니다.
 
누구에게나 한가지 비밀은 지켜내고 싶듯이
비원도 유독 우리에게만은(?) 그 신비감을 은근히 지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비원은
가까이 있기에 더 못만나는 오랜 친구같아서   
당분간 꽁꽁 숨겨두고 있다가 어느 날 바람처럼 휭~하니 조우해
마음을 허락하고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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