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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왕의 남자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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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막줄래 작성일 2006-01-26 01:09 댓글 0건 조회 1,9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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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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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
장생: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냐?

공길: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ㅡㅡ
장생: 먹어.

팔복: 근데, 형님! 왕이 우리보고 여기 살라고 했으니까 우리 천출 면해줄까?

장생: 광대가 천출이면 어쩔거고 정승이면 뭐할거야.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지. 배고파 뒤지는 줄 알았네, 씨~

ㅡㅡ
장생: 신하들 등살에 옴짝달싹 못하는 게 왕인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왕가지고 놀 생각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처선: 전하께서 한 번 웃어주셨다고 네 놈이 세상이라도 얻은 줄 아느냐?

장생: 왕한테 한 상 잘 차려먹고 간다고 전해주십쇼.

처선: 왕을 가지고 논 놈들이 중신 가지고는 왜 못 놀아?

장생: 중신들 가지고 놀아도 좋단 말씀입니까?

ㅡㅡ
공길: 못 가, 아무도 못 떠나!

장생: 비켜!

공길: 나가기 전에 내 손에 먼저 죽어.

장생: 그래, 니가 나를 살렸으니 니가 날 죽여라. 쳐라!

공길: 가려거든 날 죽이고 가.

장생: 인연이야 벨수 없겠지.
하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광대에겐 광대의 길이 있는거야.

ㅡㅡ
장생: 내 평생 맹인 연기를 하고 살았는데,
막상 진짜 맹인이 되서는 맹인연기 한 번 못해보고 죽는 게 정말 한이네.
진짜 제대로 한 번 놀 수 있는데 말이요. 허허허!

ㅡㅡ
장생: 내 눈이 멀어 다시는 줄 위에 못설 줄 알았는데 이것 참 색다른 맛일세.
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 번 들어보시우.
어릴 적 광대패를 처음 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짓을 할 때는 어느 광대놈과 짝맞춰 노는게 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와서는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옆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
그렇게 눈이 멀어서 볼 걸 못 보고
어느 그 놈 마음을 훔쳐가는 걸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이렇게 눈이 멀고나니 훤하게 보이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도 그 걸 못 보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 맛을 알았으면 진작에 아! 맹인이 될 것을...

공길: 야, 이 아! 맹인이 되니 그리 좋으냐!

장생: 그래 좋다. 좋아 죽겠다. 이년아!

공길: 저, 저 겁대가리 없는 놈 좀 보소.
눈깔도 없는 놈이 걔가 어디라고 올라갔더냐? 냉큼 내려가라, 이놈아!

장생: 저, 저, 저 년 말버릇 좀 보게. 내가 이 궁에 사는 왕이다, 이년아!

공길: 그래? 안그래도 내 왕의 쌍판때기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보고나니 그 이유를 알겠다, 이놈아!

장생: 야, 이 년아! 내 상판이 어디가 어때서?

공길: 네 놈 두 눈이 멀어 뵈는 게 없으니 세상을 이리 아사리판으로 만들어놨구나!


공길: 너는 죽어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프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장생: 아니 싫다.

공길: 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장생: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다시 태어날란다.

공길: 이 놈아!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장생: 그러는 니년은 뭐가 되고프냐?

공길: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 광대지!

장생: 그래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가면 그 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 번 맞춰보자.

ㅡㅡ
공길의 인형극 중

- 아래를 보지마.
- 무서워.
- 줄 위라고 생각하면 안돼. 줄 위는 반 허공이야.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반 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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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선: 큰 사냥을 하기 위해선 발소리를 죽이는 법이옵니다.


영화『왕의 남자』중에서



♬ 인연 / 이선희 (왕의남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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