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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내가 강화도 마니산까지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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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9-06-19 14:18 댓글 0건 조회 1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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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을 마리산,마루산,두악산이라고 하는건 모두 다 아는 사실.
서울서 거리도 제법되고 또 산 높이도 500m정도 되어서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꼭 하나
확인해야 될꺼이 있어 배낭을 메고 혼자서 길을 떠났다.
난 궁금한 거이 있으믄 확인 안하곤 절대로 못배기는 성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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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월남참전모임에서 한 전우님이 말씀하시길 "마니산 꼭대기에 <불가마>가 있다."
진짜 같지가 않아서 "정말이요?" 했더니 "거참 맨날 속고만 살았소?"
원래 점잖고 농을 잘 아니하는 분의 말씀이라 쬐끔 의심은 갔지만 소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읎는터.
그래도 미심쩍어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사진 한장을 터억~내밀며 요렇게 힘주어 말씀하셨다.
"이기 증명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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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내가 입은 얼룩무늬쪼끼를 보더니만 그냥 통과 시켜줬다.
어깨가 으쓱해 졌다.
암~ 그래야지~~ 내가 누군디.파월용사를 당근 알아 보아야지.....흘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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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새는 평평하고 땅도 부드러워서 실실 콧노래를 부른면서 새소리 바람소리에 장단이
절로났다. 요거이 군산3락의 「고홍비락(孤鴻飛樂)」이 아니겄는가.
기러기 홀로날며 발아래 펼쳐지는 산천경개에 외로히 열락(悅樂)에 빠지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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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바윗길이 나타났지만 요딴 정도는 조족지혈.
그래도 전번 우이암 갔을때 맨 꽁무니에서 헉헉대던 아무개 전우님이 오셨더라믄
쪼깨 힘들어 했을 끼라.
논에 심은 모를 보고 무신 풀이냐 묻던 그때 그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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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대에 서니 사방이 운해(雲海)다.
고려가 이곳에 천도하여 40년간이나 항몽(抗蒙)투쟁을 했던 한 서린 민족의 영산,
나무하나 풀한포기에 왕조와 백성들의 울부짖음이 서려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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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길을 조금 지나니 어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 또 계단.
산객한 사람이 계단 중간쯤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내게 물었다.
"몇 계단이나 될까요?"
낸들 알 도리가 있나?
슬쩍 뻥을 깠지.
"요거 삼백육십다섯계단이라 합디다"
킥킥...그 양반 고렇게 알고 함께가는 일행에게 아는척 열심히 설명해 주더군.
나중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려 918계단이라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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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은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라 훼손을 염려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이 단군께서 제단을 쌓게하고 전통윤리를 수범하신 곳이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 여기선 생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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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을 밟는거를 군산3비례중의「존비례(尊比禮)」를 범하는 거이 아니냐고 묻지마라.
고런건 하급병들에게나 통하는 거이고 본관은 소위 <사령관>급이 아니가.
당근 예외지~~~어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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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은은한 연무속에 바닷내음이 비릿하니 풍겨온다.
사방 120여리 해안가에 바둑판처럼 염전이 펼져 있고 이제 한창 모사리를 한 모들의
푸른잎사귀가 거친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펄럭이는듯.
어디선가 청동오리와 쇠기러기떼들이 물빠진 갯벌의 하얀논위로 끼륵끼륵 목을 빼고
날으는 소리 솔가지를 흔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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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기 어디쯤일텐데....
마니산 정상부근이라 했으니.
아무리 찾아도 읎다.
한 산객을 붙들고 물어봤다.
"여기 어디 불가마 하는데 있으요?"
별 모자라는 인간 다 보겠다는 형상으로 쓱 훑어보더니 대답도 않고 저갈길을 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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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있다고 했는데...
동쪽으로 서쪽으로 혹여 북쪽인가 남쪽인가...

위 증명사진을 들고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물어봐도 대꾸고 않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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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데 돌계단 하나하나가 히죽거리며 손가락질을 하는것 같았다. 조도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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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어제(御製) 시목 아래서 <조깐두>를 펼쳐놓고 쓸쓸히 삼배했다.
술맛이 여엉~ 찝찝혀서 마지막 잔은 땅에다 쏟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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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래 다리에다 요런 이름을 붙혔다.
<쌩거짓말다리>ㅡ
<세상믿을x읎는다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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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잡친 기분.
산을 내려와 터덜터덜 걸었다.
버스로 30여분 달려야 할 거리에 있는 초지진(草芝鎭)까지 걸어서 도착한후 시계를 보니
딱 31분 걸렸다. 또 뻥이라고 할테지?
본 거사가 18기 고수라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이지.
무예 보법(步法)에 축지신공(縮地神功)이 있다는거 모르시지...ㅎㅎ

남도 뻥치는데 나 라고 못칠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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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진은 조선 효종 7년(1656)에 구축한 요새다.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프랑스 극동함대가 처음 침입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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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을 강요하며 미국 로져스 아세아함대가 침입해 왔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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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함 운양호와 치열한 격전을 벌린곳.

이로 인하여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약)을 맺게 되므로 인천,원산,부산항을 개항하게 되고
나라의 주권을 상실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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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의 비극.
북한이 핵개발의 이유로 내세우는 '자주국방'의 의미를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서
불과 130 몇년전에 우리가 당한 치욕을 생생히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을 둘러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강화도의 저녁해는
모진 풍상에 얼룩져 있는 성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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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니산에는,

<불가마>가 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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