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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장백폭포에서 선녀를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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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10-07-29 11:58 댓글 0건 조회 6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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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리가 좀 어떠 하신가?"

요즘 들어 심심하믄 허리가 쑤시고 글로 인하여 다리가 퉁퉁 부어서
걷기가 심들다고 심통을 부리는기 매우 찜찜하던 터라 엊그제 비오는 목요일 오후
가장 '애교스런 목소리'로 조심조심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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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벌컥 열내며
"이기 다 당신 때문 아이가"

나~참~
자기 다리 아픈기 왜 남푠 때문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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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토요일 못 떠나겠네"
"떠나는 거 좋아하네. 이렇게 퉁퉁 부은거 않보여?"


하는 수 있겄는가.
잔뜩 부어있는 순희 시선을 피하여 잽싸게 인천공항 에어버스에 나혼자 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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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으로 오르는 산문 매표소에서 125¥을 주고 표를 끊은 후
장백산이라 쓰인 우측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천지(天池)는 왼편 길이고장백폭포(長白瀑布)」 는 오른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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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백두산의 주봉은 2,750m의 백두봉으로 본 거사가 왕년에 2시간 왕복 주파한 기록이 있다.
그 옆으로 향로봉, 청석봉, 백운봉, 차일봉, 천문봉이 있는데 당일 코스로 장백폭포를 다녀 올려면
지프차로 천문봉으로 올라간 후 이곳에서 천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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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10여분 정도 걸어서 장백폭포에 이르렀다.
입장료 20¥을 또 내고 물길이 흐르고 있는 얕으막한 언덕에 올라섰다.

아득했다.
천길이나 더 넘을것 같은 비단폭 같은 폭포수가 끝이 없는 골짜기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천지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67m의 장엄한 기둥을 이루어 백두산의 천년굳은 바윗길을 타고
백하강
(白河江)으로 떨어져서
그 아래 아래
송화강(松花江)줄기로 너울을 이루며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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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구술이 한꺼번에 하늘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듯.
알알이 흩어져서 구르고 또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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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굽이쳐 도는 것은
그곳에 길이 있기 때문.
거슬리지 않으니 방해가 없고
그래서 천년을 흘러도 멈춤 또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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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디 흰 포말이 거품을 이루어 하늘로 치솟는다.
미움도 슬픔도 다 하나로 아우르니
그래서 옛사람들은 너를 일러 '미인소(美人笑)' 라 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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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였다 다시 처음으로 흩어지니
매듭 또한 있을리 없으며
순리따라 움직이니
뉘 있어 모진 마음 너와 부딪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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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널브러진 반석위에
찌든 내 마음의 두루마리를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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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도 못견디는 아침풀잎에 맺힌 이슬같은 시공(時空)아
너무나 허(虛) 함이여
그래도 가야 하기에
한점 한점 징검돌을 건너며 삶의 끝으머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격한 몸부림ㅡ
그 악취나는 어제와 오늘...그리고 내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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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에 시원(始原)을 둔 물줄기가 어디 이곳 장백폭포 뿐이랴.
백두폭포, 사기문폭포의 줄기는 西로 흘러들고
형제폭포, 밀영폭포는 東으로 흘러들어
압록강, 두만강 양강을 어우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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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돌에 부딪쳐 하얗게 튕겨 오르는 물방울은 용우(龍羽) 같이 비상하고
도록 도록 구르는 조약돌은 용피(龍皮)같이 굳건하니
그래서

<비룡폭포(飛龍瀑布)>라는 아름다운 이름도 얻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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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압록,송화,도문의 세선녀가 天池의 경관에 반해서 하늘의 계율을 어기고 목욕하러 왔다가
도문 선녀의 나래옷이 물에 떠 내려 가는 바람에 승천하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에 진노한 천제의 노여움으로 천지의 물은 세 갈래로 갈리우고
그 이름을 딴 지금의 3강이 되었다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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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나는 보았네.
나래옷 잊어버려 승천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며
슬피 울고 있는 선녀(仙女)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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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인간의 지식이나 과학의 논리로 증명할수 없는 것이 숱하게 많다.
이미 이승을 하직하고 육신이 가루가 되어 흔적없이 사라진 생명체의 존재가
영혼(Soul)이라는 반 물질적인 형태로 남아 있다는 숱한 주장을 자신있게 부정할수 있는
'절대적 진리(an absolute truth)'가 과연 있다고 생각 하는가.
아마도 그렇다면
이 세상에 종교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 않았으면 절대로 남을 믿지 않는
금강(金鋼)같은「'자기애(Narcissitic Personality)'」를 갖고 있다.
일종의「자아도취」로,이는 생존의 본능에서 그 근원을 찾을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상식을 벗어난 사실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한다.
그것이 자기애던 자아도취던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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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보인 이런 환상(Fantasy)도 어쩌면 내 스스로에게 도취된 '자기애'일수도 있다.
현실세계에 존재한지 않는 仙女라는 존재를 동경하고
혼탁한 스스로를 그에 밀접시켜 허물을 벗어 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일수 있다.

칠흙같은 검은 머리를 늘어 뜨리고
하염없이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던 그의 모습에서
내가 본 것은
이루고 싶은 염원과, 한없는 자기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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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 지는 것은 소유를 버린다는 것
새 처럼 가벼히 날아갈 수 있도록
그는 그렇게
욕망과 교만의 목걸이를 벗고 바람같이 오르고 또 오르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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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들도 시들기 전에 떨어질 수 있으니
세상에 영원한게 어디 있으랴
산다는 것은
소유에 집착하고
그로 인하여 한순간의 만족이라는 도가니에 몸과 마음을 빠트리는 그런 것.

나래옷 하나 내게 있어
훠이훠이 날고 싶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망
그럼으로서 살아 있다는 현실적 인지(認知)를 확인해 보고 싶은 욕망.
이것 역시 같은 것이리니...
.
.
.
장백폭포 아래서 목격한 선녀의 우화등선(羽化登仙)은
찰라의 아름다운 내안의 환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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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간 좃껍데기술로 장백폭포 흐르는 물에 석잔 헌배(獻盃)했다.
그리고
좀전에 보았던 선녀에게도 일배 올리고 우화등선을 진심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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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무늬처럼 휘돌며 꼬이던 물줄기가
빗살되어 맺힌 응어리를 토해 낸다.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는 한

장백의 물 또한 마르지 않으리
가 없는 자애로움을 품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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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폭포를 내려오다 보면 주변이 온통 벚나무로 둘러쌓인 소천지(小天池)를 만난다.
이곳의 온천수는 최고 82도의 고온이라 계란을 넣으니 금새 익는데 신기하게도
일반 달걀과는 달리 노른자부터 익는다.
온천수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유화수소가 계란 껍질을 순식간에 통과하기 때문에
맨 안의 노른자를 먼저 익힌다고 안내원이 설명하는데
......여엉~ 엉성한 이론인것 같다.

그렇다고 이딴거로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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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잠깐만 옆으로 돌리면
팔등신으로 쭉쭉 뻗은 미인송(美人松)이 울타리를 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장백물소리와 어우렁되어 천상의 음을 쏟아낸다.
더구나
죽은 사람도 살릴수 있다는 산삼.영지 등... 천하의 영약도 지천이라는데...


하산은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물론 나 혼자라면야 1시간도 채 않되는 코스지만 이 별유천지 영산인 백두산에서
고개를 땅에다 박은채 허겁지겁 걷기만 한다면
이게 어디 풍류남아 '소요거사'라 할수 있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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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담옆에 하도 예쁜 꽃이 피었길래 넋 잃고 들여다 보다가
정신이 퍼뜩 나서 순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거가 어딘데?
인천공항이야? 김포공항이야?"

아직도 장백폭포 아래에 어스렁대고 있노라 대답할려고 하다가
낭중 혼찌검 날것 같아 요렇게 둘러댔다.


"응~ 요기 수락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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