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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빨강구두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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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8-03-25 14:13 댓글 0건 조회 6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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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피고 새우는 화란춘성 만화방청(華亂春聲 萬花芳聽) 봄이왔다.
주택가 담 넘어로 목련이 삐쭉이 얼굴을 내밀고 설중매 산수유 소식에 이어 머지않아 봄의
대명사인 벗꽃도 만발 할것이다.
움추렸던 겨울이 가고 활짝펴지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변하는 것이 거리거리 요염스레 걷
는 여인네들의 맵시 경쟁 풍속도이다. 그중에서도 쭉쭉뻗은 늘씬한 각선미를 돋보이는 빨
강 스타킹과 이를 앙상불하는 역시 빨강 구두가 시선을 놓지 않는다.

빨강스타킹과 빨강구두는 1980년도 초기에 열병처럼 번졌던 유행모드 였다.
명동이나 강남,종로1가.영등포 로타리등을 거닐어 보면 이 빨간 스타킹에 빨간 구두를 받
혀 신고 무릎위 미니스커트에 까만 가방을 든 아가씨들이 어깨를 나란히 또박또박 걸어가
는 광경을 보면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짙은 허스키의 저음가수 남일해가 부른 '똑똑똑 구두소리 빨강구두 아가씨'가 KBS 년말
가요청백전에 3년연속 대상을 거머쥐면서 유행의 물결을 탄 것도 그 즈음이였다.

유행을 주도하는 것이 매스컴이고 그중에서도 텔레비젼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텔레비젼은 사람을 식물화(植物化)한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시청자들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할뿐 자기주장을 할 기회는 전혀 부여 받지 못한다.
따라서 텔레비젼 시대의 사랍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표현을 위하여 몸부림친다.
일본에서 건너온 가라오케가 그토록 노래방 붐을 일으킨데에는 이 자기표현의 현시욕(顯
示欲)이 그렇게 나타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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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현상의 심층심리현상을 파헤친 로버트 카이져의 《그레이티 아메리카 드림 》이
라는 책에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알아주는 사람 곧 'somebody'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
이다.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실망에서 보다는 다중속에서 나를 인정받고 싶은 식물인간으로
서의 고민의 발로라는 풀이다.

다중(多衆)의식이 심하게 작열하면 난중(亂衆)으로 변하는 현상을 패닉(Panic)이라고 한다.
이말은 희랍신화에 나오는 Pan이라는 신(神)에게서 나왔다.
상반신은 사람이요 하반신은 양(羊)인 이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신이 낮잠을 잘때 누군가
의 방해를 받으면 성내어 헛소문 하나를 인간에게 내려 보내서 다중으로 하여금 공포에 떨
게 함으로써 보복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패닉은 유언비어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휴지나 설탕이 동났다는 등의 부족형, 햄버거에 고양이 고기를 썼다는 모해형,저명인사나
스타들의 사생활을 들추는 호기심형,외래문물에 동조하거나 저항에서 오는 동조저항형 등
다양하다.
저항형 패닉이 가장 심했던 것은 서양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던 개화기 를 들수 있다.
서양사람들이 사진기를 들여 왔을때 서울에는 아이들의 외출을 금하는 패닉이 일어 났다.
양인(洋人)들이 아이를 잡아가서 솥에 삷은후 그 가루를 사진약으로 쓴다는 유언비어 때문
이다. 전기줄이 날을 가물게 한다 하여 전봇대를 잘랐으며, 전차를 타면 아기씨(精子)를 죽
인다 하여 길가는 전차를 습격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世習記)
유행은 somebody가 되고 싶은 panic의 '사회심리학적현상'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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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백(李白)은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 「비류직하삼천척 의시은하낙구천(飛流直下三
千尺 疑是銀河落九天) 이란 절구를 남겼다.
물줄기가 삼천자를 날듯 떨어지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 하다는 뜻일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는 베네수알라의 앙헬 폭포다. 높이가 979m이니 조히 3천척이 넘
는다. 그래도 관광안내서에 보니 세계 3대 폭포는 이과수,아니아가라,빅토리아를 꼽는다.
그중 이과수폭포가 단연 장관이란다.
폭 4km에 80m의 높이폭포가 257개가 걸려있다.
햇볕의 각도가 바뀔때 마다 여기저기서 환상의 각각이 다른 무지개가 피어 오른다.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이 폭포에 지난해 공기업,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이 혁신세미나를 핑계
로 관광을 다녀 왔다해서 세간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었다.
우리같은 서민들은 그 흔한 제주도 서귀포 폭포도 돈없어 구경 못했는데 소위 공직자란 위
인들이 공무를 핑게대고 그것도 국가의 공금으로 관광이나 다녔다니 이것도 somebody가
되고 싶은 panic에서 나온건가.

빨강색은 사람의 밑바닥 정열을 끌어 올리는 욕망의 색깔이다.
그것은 다중의 패닉을 유도하는 색깔이며 행복을 상징하는 색깔이며 또한 애정을 나타내는
희생의 색깔이기도 하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어느날, 프랑스와 밸기예의 국경지역인 플렌더스에는 연합군
병사들의 시체와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만 가득했다. 이 끔직한 곳에서 빨간 양귀비(poppy)
꽃이 피어났다. 캐나다 군인 죤 매크레 중령은 'In Flanders(플랜더스 들판에 서서)'라는 제
목의 시를 지어 죽은자 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이 시가 유명해 지면서 1920년대 부터 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현층일에 빨간색
양귀비 꽃을 바치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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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의 봄은 유난히 빨리도 왔다.
대략 경제지표에 따라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비례한다지만 올해는 좀 유별난것 같다.
여기저기서 못살겠다고 서민들의 아우성이 가득하지만 요즈음 봄거리에 활보하는 아가씨
들의 치마 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살기힘든 우리네 민초들에게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닌가.
그 비싼 룸살롱 가지 않아도 마음껏 눈 호사라도 할수 있겠으니...흐흐
다만 최악의 꼴불견 패션이라는 '빨강구두속 흰양말'만 안 보였으면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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