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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風景이 있는 Essay 3 - 소양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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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1-09-10 16:06 댓글 0건 조회 3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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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알간 하늘은 발칙해 구름자락으로 살포시 제 얼굴을 가린 한나절
고즈녁하다 못해 정적마저 도는 소양강가에 섰습니다.

강은 흐르는 듯 흐름을 멈춘 듯
나그네의 발길을 잠시라도 묶어 두려는 야료를 부리고 있습니다.
덩치에 비해 퍽이나 외로움을 타는 듯 합니다.

이 강가에도 9월의 신부처럼 수줍게 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구절초랑 코스모스랑 개미취랑 피어 살풋한 바람결에 몸을 흔들며 지겹도록 비가 내리던 지난 여름을 추억합니다.

한번 피어보려고 하면 내리기를 반복하던 궂은 날씨에 강둑을 넘볼 만큼 홍수까지 범람해
자칫 올 가을에는 꽃 구실을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줄 알았답니다.

밤에만 꽃을 피워야 하는 달맞이꽃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뿌리까지 뽑혀 서해안 어느 갯뻘에 팽개쳐지지 않은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은듯 합니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제 고향을 떠나는게 싫기는 마찬가지겠지요. 

파스텔 색상으로 단장하고 강태공을 기다리는 낚시배 지붕이 참 정겹습니다. 
더 풍요로운 가을을 위해 남태평양에서 보내주는 백신같은 작은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강태공들은 또 어김없이 하나 둘씩 몰려올 것입니다.

어떤 이는 고기를 낚고
또 어떤 이는 세월을 낚겠지요.

이 평화스러운 풍경이 깨어지지만 않는다면
고기를 낚든 세월을 낚든 그건 길손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요.

올 한가위에는 사그라지던 태풍이 마지막 안간 힘을 쓰는 바람에
해마다 이맘때면 이 강물에 덩그러니 제 모습을 비추던 그 청명한 달빛을 볼 수 없다고 하는군요.
 
이번 한가위는 마음속에 커다란 달을 떠 올리며 아쉬움으로 보내야 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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