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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아! 몽골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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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0-11-15 11:14 댓글 0건 조회 6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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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 끝 자락의 한 밤입니다.

광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 몽골야구팀이 달랑 배트 한 자루만 가지고 출전을 했다고 언론이 난리아닌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사실 그럴 만도 합니다. 야구의 불모지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동아리팀 12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출전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교통비를 아끼느라 48시간이나 걸리는 열차를 타고 참석을 했다고 신문과 방송은 보도합니다.

당장 딱 한 자루 남은 방망이가 부러지면 상대팀에게 빌려서 게임을 해야 하는 딱한 사정이지만 야구를 향한 그들의 희망은 쉬 부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몽골의 평원에는 지금쯤 흰 눈이 내려 쌓였을 것 같습니다.
기억 속의 어느 목가 난로 위에는 수태차 끓는 향기로 가득하겠지요.

말과 양, 염소, 낙타, 야크 등 유목민들이 기르는 가축들은 오늘도 바람부는 추운 벌판에서 마른풀을 뜯었을 것이며, 고된 일과를 마친 목동들은 몽골의 전통주 아이락에 적당히 취해 노곤한 하룻밤의 안식에 들어 있을 것입니다.

안재욱의 '친구'를 노래해 우리를 감동시키던 국립대 여학생과 시골학교에서 만난 오양가라는 이름의 중학교 1학년 소녀는 무지개의 나라에 유학 올 꿈에 부풀어 있겠지요.

입성은 비록 초라했지만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동화같은 춤을 추던 바얀차강솜 마을의 아이들과 술잔이 비기 무섭게 채워 주던 술 인심 넉넉하던 배불뚝이 교장선생님. 퍼즐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울란바타르의 거리 상인, 먼지 뽀오얀에서 빈민촌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의 천진하기만 하던 눈망울...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에메랄드 빛 태초의 하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라,
잠시도 머물지 않는 하얀 구름 그림자들이 강물처럼 흐르던 평원과 골짜기를 수놓았던 황금빛 낙엽송 행렬,
머리를 노란색으로 곱게 물들인 유러시아 여인들의 나신을 보는듯한 자작나무 숲,

순박함과 우직함, 낮선 이국인에 대한 알듯 모를 듯한 미소와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 주던 그들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 산업입국으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푸른빛을 좋아하고,
궁핍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나라 몽골!
몽골은 부끄러운 듯 그러나 당당하게 속살을 드러내며 인류와 공존의 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혹 몽골여행을 계획하고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그림과 글들이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불쑥 나타나 올린 글, 읽어 주시느라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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