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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풍경이 있는 Essay 8 -겨울 숲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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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12-01-19 22:06 댓글 0건 조회 5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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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딱 맞는 신발인양 습관처럼 타고 다니던 차를 두고 느릿 느릿 발품을 팔아 겨울숲으로 향합니다. 

멎은 듯 흐르는 듯 한결 깊어진 강을 바라보며 산모퉁이를 돌고 오솔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강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한 흔들림을 하고 있는 작은 자작나무 숲이 살포시 목을 뺀 채 기다
림에 빠져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잡티 하나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희디 흰 눈이 흩뿌리듯 덮힌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겨울 숲은 무성한 잎
들로 가득 채워져 있던 여름숲과는 또 다른 향기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겨울숲은 가지위로 하얀 눈들이 소복하게 쌓이면서 절정에 이릅니다. 눈이 내려 가지 위를 덮으면 긴장
감을 늦추지 말라는 적당한 인생의 무게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새봄이 올 때 까지 버티려는 듯 노오랗게 영글어 여윈 가지에 매달린 황금빛 낙엽송 잎들은 흰눈과 대비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밝은 내일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갖게합니다.

어제 가 보았던 잠든 듯 잠들지 않는 숲은 깊은 성찰과 더 짙은 삶의 향기와 비워야 비로소 채워지는 이치
를 담담하게 일깨워 주며 조금씩 조금씩 계절 한 가운데로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마음 버거울 때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숲이 삶터 인근에 있다는 것은 일상의 행복 중 하나일
것입니다. 떠날 때 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아주 작은 여행이 되는 셈입니다.

이번 설에는 귀향한 가족들과 가까운 숲으로 한번 짧은 여행을 떠나 보시던가요. 색다른 감흥을 안고 돌아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고즈녁한 산골짝을 따라 바람 한 점 휙~ 하니 불더니 가지위에 앉았던 눈들이 백설기 가루 마냥 축복이 되
어 머리위에 흩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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