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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희망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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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7-03-17 14:04 댓글 0건 조회 6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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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이 심한 내 자신도
삶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는지
예약 일에 맞추어 병원으로 자연스러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담당 주치의의 검사 결정이 떨어지고
수납부터 하고오라는 간호사의 당부가 마음을 상하게 했지만
이미 정해져있는 병원의 법을 어길 수는 없지 않은가.

여러 가지 검사 중
제일 먼저 결과를 알 수 있는 검사는 바로 초음파 검사였다.

모든 검사를 마쳐야 종합적인 결과를 통보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 받고 기다릴 수 있는 검사이기에
무척이나 초조한 마음 감출 길이 없었다.

내 차례가 세 번째이기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그저 결과에 초조하여 배고픔도 어느 새 잊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실에 누운 난
여느 때와 달리 초조함 때문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조금만 가까이 오실래요?”
초음파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이 말을 걸어 왔다.

“네.”
짧은 대답과 함께 그저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아이처럼 바짝 다가갔다.

“어디가 아프신데요?”
아픈 곳을 찾아 추적하는 선생님의 표정과 손길은 무척이나 섬세해 보였다.

“자 숨 좀 참아보세요.”
무척이나 긴장한 탓에 예전부터 잘해오던 순서도 잠시 잊어버렸다.
숨을 참아야 할 곳에 숨을 쉬고 있으니........

나름대로 긴장을 풀고 숨을 참고 있는데
선생님의 전화가 울려 댄다.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기껏 숨을 참고 있었는데 잠깐만 기다리란다.

“여보세요.”
“어~ 아직.”“환자가 아직 많이 밀렸는데.......”
“먼저 식사하세요.”

점심을 같이 하자는 전화였나 보다.

전화를 끊은 후 다시 검사가 시작 되었다.
“자 숨 쉬시고, 자 숨 참으세요.”
반복되는 숨쉬기 운동에 얼굴이 더욱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 숨 참으세요.”
하는데 이번엔 간호사의 등장이다.

“선생님! 외과 ㅇㅇ 환자 결과 좀 알려 달랍니다.”
이 말과 함께........

“죄송합니다. 잠시만.”
숨 참고 있는 나에게 또 잠시만 기다리란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자꾸 기다리라는 말씀은
나를 두 번 죽이는 결과이다.
더군다나 숨까지 쉬지 말라고 해 놓고선..........ㅋㅋ
숨이나 쉬고 있으라고 하시던지........원!

“여보세요.”
“ㅇㅇ 보호자 되시나요?”
“지난 번 대장 내시경 검사 결과..........”
헉~
대장 내시경 결과란다.

잠시 검사 기록을 찾느라 선생님의 말이 끊어진 상태였는데
잔뜩 긴장하고 숨도 안 쉬고 누워있던 난
‘어~이~구 또 한 사람 죽었구나.’
순간적인 불길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다음 말을 잇기 시작한 선생님 말씀
“저~”
.
.
.
.
.
.
“치질 빼고 다 괜찮습니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간호사,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 ㅋㅋㅋ”
하며 웃음을 흘리고 도망치 듯 나가버렸다.

잔뜩 긴장감에 빠져있었던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치질 빼고 다 괜찮습니다.”

‘이런 결과를 통보 받은 사람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래 나도 희망을 걸어 보자.’
잠시나마 신선한 충격에 절망적인 생각이 희망적인 생각으로 바꿔 놓았다.

좀더 세밀한 검사를 위하여 M. R. I 검사를 예약한 후에도
왜 자꾸 선생님의 말씀이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지.......
지금도 그 생각에 빠져 웃음을 흘리며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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