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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엄마 ~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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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4-27 16:42 댓글 0건 조회 7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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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친정고모님의 여식이 결혼을 하기에 고종 사촌 언니로서의 자격으로
가족과 함께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녀석이 26세가 되다보니 결혼식의 절차 등
모든 것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이른 생각일지는 몰라도
늘 건강에 자신이 없다보니
‘일찍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 두고 있었습니다.

허나
결혼이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이거늘 어찌 부모가 마음먹은 대로 되겠습니까?

특히 요즈음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성에 대한 개념도 많이 개방되었고 남녀를 막론하고
공공연한 장소에서 담배까지 피워대기에
가끔 미관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예가 제 자식도 포함될까봐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만
자식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됩니다.

항상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염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동일하다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친정 고모님 여식의 결혼식장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자식이 양가 부모님에 대한 인사를 올리는 절차 중에
신부가 친정 부모님께 인사를 하다 주저앉아 많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제 자신도 목이 메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생각하시겠지만
나름대로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었기에 식장이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아들 둘, 딸 둘 참으로 다복한 집안입니다.
저희 친정 고모님이 처녀의 몸으로 올망졸망한 사남매를 키우게 된 동기는
친엄마의 불의의 사고로 어린 자식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 뒤부터 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고모님의 희생정신을 자식들은 잘 받아 들여 곱고 아주 착하게 자라 주었습니다.
누구보다 부모님을 섬길 줄 알며 불만 한번 토하지 않고
친엄마 보다 더 따르며 아주 착하게 말입니다.

그러던 지난해
가을이 지나갈 무렵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친정 고모님의 장남이 자살을 했다는 어이없는 연락을 받고
한참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연인즉
사남매의 장남으로 어찌하다 여자를 만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서 딸아이 하나를 낳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두 살이 되던 해에
여자가 감추어 두었던 두 아이를 데려 오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 여자는 초혼이 아니었고 엄연히 두 자식을 고아원에 맡겨 두고 있었던
유부녀란 사실이 뒤 늦게 밝혀진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험한 세상이라 해도 어떻게 하여 이런 악연이 만들어 지는 것일까요?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또한 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모든 생활환경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마음은 본인만이 알겠지요.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정리한 채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전날
엄마의 목을 감싸 안고
“엄마! 내가 엄마 사랑하는 것 다 알지? 엄마! 고마워요.” 하고
수많은 애정 표현을 하였답니다.

“이 눔이 너나 잘~혀. 눈 똑바로 뜨고 잘 살란 말이여~”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잘 살아 줄 것만을 당부하신 엄마의 말씀을 뒤로 한 채
다음날
친 어머니가 계신 하늘나라를 선택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엄마! 내가 미워서 살려 주지 않지? 나 좀 살려줘.” 하며
마지막 삶의 끈을 움켜 쥐었습니다.

“기다려라! 이 눔아! 조금만 기다려~ 해독제를 갖고 오고 있는 중이란다.”
애끓는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엄마! 사랑해”라는
무심한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이 세상의 인연을 뒤로 하였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너무도 늦어버린 시간 앞에
고인의 명복만 빌 뿐
아무것도 대신 할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 뿐 입니다.

여동생이 결혼식을 하던 그날
하늘마저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였던지...
아님 오빠가 여동생에게 주는 애틋한 사랑 표현이었는지...
하늘에선 갑작스런 소나기만 내릴 뿐이었습니다.

또 다른 세상에서
못다 했던 사랑, 못다 했던 효도
마음 놓고 해 보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이 아니기에 그 표현을 다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한 당신이 원하지 않은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죄하는 마음과 함께...

이 땅에 모든 젊은이들에게 호소하는 글이라고 감히 변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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