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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연곡천에 얽힌 사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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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욱빈 작성일 2015-09-14 08:21 댓글 1건 조회 4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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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곡천에 얽힌 사연(2)

나는
772월 제대 후 바로 법원직 시험 공부를 했다. 시험은 1차 객관식, 2차 주관식, 3차 면접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데, 서울신문에 난 채용인원은 ‘00으로 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행정직처럼 채용인원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2
차시험 장소는 사법연수원이였다.(구대법원청사내) 전날 덕수궁 옆 여인숙 집에서 자면서 꿈을 꾸었다바로 내가 뛰놀던 연곡천이였다.

연곡천에는 모래가 많았다
. 어디에 쓰려고 한지는 모르지만 나는 리어커에 삽으로 모래를 싣고 있었다. 그런데 뱀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나는 날카로운 삽으로 뱀을 향하여 내리 찍었다.

그런데 뱀이 끊어지지 않고 약간 모래속에 들어가는 듯하다가 바로 위로 치솟는 것이 아닌가
. 나는 놀라면서 다시 발로 삽을 힘컷 밟았다. 그래도 뱀은 약간 모래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가 다시 위로 치솟아 놀라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생전에 꾸지 않던 뱀 꿈을 꾸다니....... 나는 책을 뒤적이다 시간에 맞춰 시험장으로 향했다.

첫째 과목이 민법인데 칠판에 문제가 펼쳐졌다
.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와의 관계를 논하라’. 허겁 지겁 1시간 동안 몇 페이지를 썼는지 기억에 없이 썻던 것 같다.


첫 과목이 끝난 복도에는 응시생 한 집단이 모여 있어 나도 들여다 보았다
. 나중에 발령을 받고 재직중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00가 제15회 고시사법과에 출제되었던 문제라며......하기야 그 당시 주관식 문제는 모두 사법시험에 출제되었던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었다.

두 번째 과목은 형법이였다
. 그런데 응시생 모두 조용히 문제가 펼쳐지는 것을 숨죽이고 있는데 총 감독같은 분이 고사장으로 다니며 체크하는 것 같았다. 그 감독관이 내게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짚으며 당신 이게 뭐야
? 나는 너무나 놀랐다. 이 옷이 추리닝인데 왜 그러지? 하며 대답을 못하고 순간 응시생들을 보니 모두 잠바 아니면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감독관은 교단에서 당신들 이 시험 학원에서 몇 개월 강의 받거나 우습게 알았다간 시험에 다 떨어져’......하는 것이 아닌가.

지난밤에 꾸었던 뱀 꿈이 스쳐갔다
. 아차 시험에 떨어졌구나! 그 감독관이 채점하는 것 같았다. 그냥 집으로 내려가야 하나? 어떻하지? 하다가 처음 응시하는 시험인데 과목별 어떤 문제가 출제되는지 알고나 가자! 이렇게 마음먹고 3교시 민사소송법, 4교시 형사소송법 4시간을 시험문제와 다투고 강릉발 직행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타고 있는 옆자리로 앉게 되었다
.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말 문이 트여 어젯밤 꿈이야기를 했더니 태몽 꿈이란다. 허허!!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태몽이라니......

집에 도착하니 부친께서 시험 잘 보았냐
! 나는 잘 못 보았어요. 혹시 지난 밤 꿈꾼 것은 없냐? 나는 툭 내뱉는 투로 재수가 없을려니 꿈에 뱀이 나타나서 죽이려고 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서 올라오더라고 하면서 차마 옷 때문에 감독관한테 혼났던 말은 하지 못했다.

부친께서는 그래
! 하면서 너는 합격 하겠구나!’ 하는 것이 아닌가! ? 그것이 등용문이란다. 만약 너의 삽에 뱀이 죽었다면 시험에 떨어지는 징조지만 죽지 않고 올라 오는 것은 합격의 징조라는 것이었다.

발표가 있는 날 초조히 기다리는데 형님이 달려 오셨다.

나는 2차시험에도 합격하였다.


3
차 면접은 78년 구정 전날인 것으로 기억한다. 합격자 중 3명은 다른 시험에 합격하여 최종 69명이 발령을 받았다. 강원도 출신이 3명 합격했는데, 강원도에서는 경사가 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하여 만 24세에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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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1편에 이어 2편 글도 옛추억에 뭉클 해 지는군요.
저도 태 뭍은곳이 신왕리 일명 부구터라서
연곡천의 기억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