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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연곡천에 얽힌사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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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욱빈 작성일 2015-09-09 11:44 댓글 1건 조회 5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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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이 글은 '재경 강릉시민회'에서 2015. 1월 초에 발간한 '강릉사람들'2집에 수록된 졸필입니다.
          매번 홈피에서 눈팅만 하다가  보답의 의미로 원문 그대로 올려 봅니다. 2-3회 분량인 것 같습니다.


                                                            연곡천에 얽힌 사연

                                                                                                        임 욱 빈

                                                                                     전 사법연수원 사무국장, 법무사, 서울동부지방법원

                                                                                     상설조정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 강원서예대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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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정구역이 강릉시로 편입되기 전 강원도 명주군 연곡면 동덕리 822번지에서 태어나 1977년 강릉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그 곳에서 살았다.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둘러쳐져 있고 앞에는 연곡천이 흐르는 농촌으로서 농부들이 들로 나갈 때에는 항상 농악을 울리며 태평소를 불면서 갔다.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님이 점심과 새참을 준비하여 논으로 나갈 때면 같이 따라 다니곤 했었는데, 농부들은 모심기나 김매기, 벼베기를 하면서 잠시 쉴 때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사물을 울리고 태평소를 불며 흥겨워 하는 모습에 어린 나도 즐거워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어찌 흥겨워서 하는 놀이겠는가. 힘든 노동으로 지친 몸을 잠시 잊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우리집에서 약 1킬로미터 쯤 앞에 연곡천이 있다. 연곡천은 소금강 줄기에서 흘러 내려 동쪽 바다로 흘러간다. 농업용수 뿐만 아니라 식용수로서 없어서는 안될 천이다.

연곡천은 우리에게 사계절에 걸쳐 먹을거리와 놀이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한 여름에는 동네 친구들과 연곡천으로 달려가 모두 훌러덩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들어 물장구치며 개헤엄을 하면서 놀았다
.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각자 자기가 신고 있는 고무신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미리 만들어진 모래길 따라 차놀이를 하곤했다.


밤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더위를 피해 연곡천으로 와 멱을 감기도 하는데 아주머님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 우리들은 호기심으로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목욕 모습을 몰래 훔쳐 보려고 했던 기억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송사리, 버들치, 모래무지, 미꾸라지가 있어 우리는 항상 주전자와 채를 들고 나가 물놀이를 하면서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가져왔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추어탕을 끊여 주셨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추어탕을 보신탕이라 불렀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단백질 섭취가 매우 부족했던 농촌에서 추어탕은 단백질 섭취의 한 수단으로서 어른이나 아이에게 아주 필요했던 보양식이라 하여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연곡천에는 은어가 많이 올라온다
. 산란철에는 암놈을 정점으로 하여 수놈이 떼지어 따라다닌다. 우리는 천방뚝에서 철사를 적당한 길이로 끊어 몰려 다니는 은어떼를 향하여 내리치면 은어가 철사줄에 맞아 흰배를 내놓고 물위에 뜬다. 은어는 자태가 예쁘고, 귀한 물고기이기도 하지만 맛도 정말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겨울에는 설매를 타며, 물에 빠져 젖은 신발과 나일론 양말을 천방뚝 잔디불에 타는 줄도 모르고 쬐다가 어머니한테 혼났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월 초 명절 보름 전후로 하여 밤이면 천방뚝에서 각자 준비한 깡통에다 소깽이를 넣고 불을 피워 망우리
(쥐불놀이)를 돌리곤 했다. 소깽이 불은 망우리를 돌리면서 더욱 활활 타올라 먼 발치에서 보면 원형으로 그려지는 불빛이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우리는 추운 줄도 모르고 망우리를 돌리며 놀다가 마지막에는 누가 멀리 던지는지를 겨루었다. 망우리는 불똥을 내뱉으며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지금의 폭죽 터지는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는 와! 하고 탄성을 자아내면서 순서대로 던지기도 하고 한꺼번에 던지기도 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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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님의 댓글

365일 작성일

제가 어릴때 놀던 모습이 그려 집니다.
시세말로 고부 고부의 어린시절이겠죠.
2편을 기대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