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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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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1-12-29 07:48 댓글 0건 조회 3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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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天地者萬物之逆旅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光陰者百代之過客  (세월은 영원을 지나가는 나그네라)

중국 당나라의 詩仙으로 불리웠던 李白의 春夜宴桃李園序의 한 구절입니다.

이태백이 봄날 복숭아와 자두꽃이 만발한 밤 정원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삶을 노래한 이 句節은 신묘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오늘 같은 날
한번쯤 읊조려 볼 만한 싯구(詩句)라 생각됩니다.
더구나 흰 머리가 늘어가고 거울 앞에서 잠깐씩 아버지의 얼굴을
만나게 될 때 가슴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열반경이라는 부처님 경전에 나오는 偈頌중에도

태어난 모든 것은 멈춤없이 변하고 끝내 사라지니(諸行無常)
이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是生滅法)
생겨남과 사라짐이 없는 것을 깨달아 집착하지 않으면(生滅滅已)
그것이 바로 성인이요 부처일세(寂滅爲樂)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머물렀다 가는 것이라 하지만
사실은 머물렀다 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 생각 이어짐이 태어날 때 나와 현재의 나를
연속된 선상에 이어 놓았을 뿐
실은 한 찰나도 머물지 아니하고 변하고 변하여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있는 것일 뿐입니다.
내가 바로 세월이요, 내가 바로 過客인 셈이지요.

나그네가 쉬어가는 여관을 자기 것 이라 집착한다면
우리는 그를 일러 어리석다 할 것이지만
나 스스로 나그네임을 모르는 까닭에 세상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태어남도 내 의지가 아닌 因緣의 시작이요.
나의 육신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因緣의 和合物이며
죽음 또한 因緣의 흩어짐일 뿐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며
무엇이 나라고 우길수 있는 것이며
무엇이 나의 것이라 할 것이 있겠습니까.

따지고 또 따져 보면
세상사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 현상에 불과할 뿐인것을요.

세상이 꿈과 같다면 집착할 것도 애쓸 것도 없지요.
나그네가 여관에서 쉬어가는 것 처럼
그냥 그렇게 세월과 어깨동무하고 흘러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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