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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기 ♬ 단골로 삼은 생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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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영
작성일 2012-02-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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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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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로 삼은 생선가게
도시에 사는 한 사람이 바람을 쐴 겸 자동차를 몰고 교외로 나갔습니다. 맑은 사람을 쐬며 한적한 시골길을 기분 좋게 달리던 중 그만 옆 도로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 자동차를 보지 못하여 접촉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당황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자 상대편 운전자가 찌그러진 차를 보며 말했습니다. “별 것 아니네요.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그러면서 자기 차에서 술 한 병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시에서 온 운전자는 시골 인심이 이렇게 좋구나 생각하며 따라주는 술 한 잔을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상대편 운전자에게도 술을 권했지요. 그 때 상대편 운전자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저는 잠시 후 교통경찰관이 다녀간 뒤에 마시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게 마신 술 한 잔이었지만, 교통경찰관이 와서 사고 상황을 조사하면 자신은 꼼짝없이 음주운전이 되고 마는 것이었지요. 시골 인심이 그렇게도 좋을까 싶어 편하게 웃던 웃음이 교통경찰관 이야기에 서늘한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동네 시장에 다녀온 아내로부터 흐뭇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부천 원종동에는 제법 큰 재래시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름뿐인 재래시장이 아니라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생동감이 넘치는 시장입니다. 값도 싸고 물건도 신선하다고 하여 인근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좁은 통로를 통해 사람들 틈새를 지나다니는 일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시장의 복잡함은 불편함보다는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든 활기로 다가옵니다.
마침 집에서 대접을 해야 할 손님이 있어 장을 보러 나간 아내가 몇 가지 물건을 산 뒤 생선가게에 들렀습니다. 생선을 고른 뒤 계산을 하는데, 이런! 가져간 돈이 모자랐다고 합니다. 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인 줄 몰랐던 것이지요.
아내가 난감해 하며 고른 생선 중 어떤 것을 내려놓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주인이 말하더랍니다. “그냥 가져가시고 돈은 다음에 시장 나올 때 갖다 주세요.” 전화번호를 적은 것도 아니고, 집 주소를 적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갖다 달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모자란 돈은 9천원이었다고 합니다. 9천원이라면 떼어도 좋다 생각하기에는 적은 돈이 아닌데다가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이, 그런데도 생선가게 주인은 무얼 믿고 다음에 갖다 달라고 한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아내는 생선가게 주인의 호의로 값을 다 치르지 못하고 생선을 사게 된 셈이었는데, 손님들과 식사를 하며 아직도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느냐며 우리는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믿고 기꺼이 생선을 판 주인의 마음이 여간 유쾌하질 않았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을 때 나는 생각이 날 때마다 아내에게 생선가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실망하지 않게 어서 돈을 갖다 주라고 성화를 부렸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믿은 결과가 실망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서두르라 재촉을 했고 마침내 아내는 값을 치렀습니다.
엊그제 시장을 다녀오는데 바로 저 가게였다고 지난번 호의를 베푼 생선가게를 아내가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단골을 삼을 가게를 고마운 마음으로 눈여겨 바라보았답니다.
-- 글 : 한희철 목사 --
도시에 사는 한 사람이 바람을 쐴 겸 자동차를 몰고 교외로 나갔습니다. 맑은 사람을 쐬며 한적한 시골길을 기분 좋게 달리던 중 그만 옆 도로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 자동차를 보지 못하여 접촉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당황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자 상대편 운전자가 찌그러진 차를 보며 말했습니다. “별 것 아니네요.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그러면서 자기 차에서 술 한 병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시에서 온 운전자는 시골 인심이 이렇게 좋구나 생각하며 따라주는 술 한 잔을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상대편 운전자에게도 술을 권했지요. 그 때 상대편 운전자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저는 잠시 후 교통경찰관이 다녀간 뒤에 마시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게 마신 술 한 잔이었지만, 교통경찰관이 와서 사고 상황을 조사하면 자신은 꼼짝없이 음주운전이 되고 마는 것이었지요. 시골 인심이 그렇게도 좋을까 싶어 편하게 웃던 웃음이 교통경찰관 이야기에 서늘한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동네 시장에 다녀온 아내로부터 흐뭇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부천 원종동에는 제법 큰 재래시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름뿐인 재래시장이 아니라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생동감이 넘치는 시장입니다. 값도 싸고 물건도 신선하다고 하여 인근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좁은 통로를 통해 사람들 틈새를 지나다니는 일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시장의 복잡함은 불편함보다는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든 활기로 다가옵니다.
마침 집에서 대접을 해야 할 손님이 있어 장을 보러 나간 아내가 몇 가지 물건을 산 뒤 생선가게에 들렀습니다. 생선을 고른 뒤 계산을 하는데, 이런! 가져간 돈이 모자랐다고 합니다. 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인 줄 몰랐던 것이지요.
아내가 난감해 하며 고른 생선 중 어떤 것을 내려놓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주인이 말하더랍니다. “그냥 가져가시고 돈은 다음에 시장 나올 때 갖다 주세요.” 전화번호를 적은 것도 아니고, 집 주소를 적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갖다 달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모자란 돈은 9천원이었다고 합니다. 9천원이라면 떼어도 좋다 생각하기에는 적은 돈이 아닌데다가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이, 그런데도 생선가게 주인은 무얼 믿고 다음에 갖다 달라고 한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아내는 생선가게 주인의 호의로 값을 다 치르지 못하고 생선을 사게 된 셈이었는데, 손님들과 식사를 하며 아직도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느냐며 우리는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믿고 기꺼이 생선을 판 주인의 마음이 여간 유쾌하질 않았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을 때 나는 생각이 날 때마다 아내에게 생선가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실망하지 않게 어서 돈을 갖다 주라고 성화를 부렸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믿은 결과가 실망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서두르라 재촉을 했고 마침내 아내는 값을 치렀습니다.
엊그제 시장을 다녀오는데 바로 저 가게였다고 지난번 호의를 베푼 생선가게를 아내가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단골을 삼을 가게를 고마운 마음으로 눈여겨 바라보았답니다.
-- 글 : 한희철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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