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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기 [re] 기별체육대회( 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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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hskdrm 작성일 2006-11-28 07:37 댓글 0건 조회 1,4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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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靑松


예고편 이었던가? 말매미 울음소리가 멎고
잠자리 떼의 붉은 자취가 피어오르는 것이
작별을 고하지도 않고 여름은 먼 길을 떠나고
이미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숲속을 파고드는데
푸르른 만큼 시린 사연들이 쌓이고 영글어
온도에 민감한 푸른 잎들이 탈색되어 가는
검단산 어느 계곡엔 가을의 노래가 시작되고

힘들었던 여름을 잊지 못할 아쉬움은 남아
윤 이슬 된서리에 오소소한 소름이 돋고
가을은 또 잊었던 그리움처럼 그렇게 찾아오는데

햇살 눈부신 숲속을 가을을 찾는 인파가
줄줄이 산을 오르고 여름 폭염 같은 욕망을
정상에 내동댕이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면 벚나무 가로수 상순부터 이미
불게 물이든 가을이 먼저 내려와 있다
비워지는 들판처럼 내 마음 서러운 가을이다

어느 산골 솔밭에서 살던 바람이
고향을 뒤로한 채 희망 한 아름
가슴에 담고 상경을 하였다
문전옥답 전답을 팔았지만 어쩔 수 없어
푸른곰팡이 눅눅한 서울 어느 변두리
월세 지하단칸방에 자리를 틀고서는 
깨어날 수 없는 무정란 같은 꿈 하나 품어
막일도 스스럼없이 땀이 베이도록
열심히 살아가도 힘이 겨운데
실루엣 같은 꿈인 줄만 알았는데
신열을 앓던 밤 머리맡 못낸 납입서가
실신하듯 바람에 펄럭이는 지하단칸방   
꿈은 깨어지고 희망도 바스러져
이 버거운 세상살이에 항의를 하는데
잡을 수 없는 꿈이란 안타까움을 알고
낮술에 취한 바람이 비틀비틀 거리를 해매다
고층 아파트 어느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눈매 초롱초롱한 자녀와 고향의 노모
이중 자화상처럼 겹쳐 뛰어 내릴 수도 없는
옥조인 내 삶의 굴레에 
언 듯 스치는 바람이 고향을 등진 
그 솔밭의 바람인 것을.......     

어쩌면 저리 고운 빛깔이 될까?
눈조차 가눌 수 없는 작열하는 이글거림에
망막의 조리개가 흑점으로 실신할 것 같은
한낮의 태양이 머물지 못하고
서산 능선으로 까치발을 딛을 때면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하루
지천을 물들이는 밝고도 엷은 황금빛
어쩌면 저리도 고운 황혼이 될까
푸른 생을 마감한 저 나뭇잎 하나하나도
나름대로 고운 빛깔로 황혼을 맞는데
절규를 노래해야 시가 된다고
영혼을 깎아야 시가 된다던
어느 시인의 황혼도 저리 고운 빛깔일까?
불혹도 꺾어 넘어 지천명 바라보는
반백 성성한 내게도 언제인가 맞이할 
내 삶의 황혼도 저리고운 빛으로 물들었으면
새벽 잔재한 어둠속의 저 여명
만물을 잉태하는 너는
포근하면서도 두려운데
환한 웃음의 환희도 가리고
쓰레기 같은 더러운 것들도
흰 눈 덮듯이 가리 울 수 있었다(있는 어둠)

어느 날 절박한 윤 이슬 같은 아니
된서리 맞은 풀잎의 고통도
묻어줄 수 있는 너는 피할 수 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게 다가와
불혹을 꺾어 넘어 지천명 바라보는
반백 성성한 내게도 두려운 존재였다

언더라인 같은 동해의 저 수평선 넘어
갈 곳 몰라 서성대던 너는 하~얀
그리움을 뒤로하고 이별을 고할 때
무섭도록 환(붉게)하게 밝아오는 저 여명
눈이 부시도록 처다 볼 수도 없고
두려움에 삼십육계 도망을 치고
 
불혹을 꺾어 넘어 지천명 바라보는
하루살이 같이 내 이미 저문 시간
피붉은 황혼이 오기를 기다리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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