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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기 해파리(김상기 作) -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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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06-06-04 20:58 댓글 0건 조회 7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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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





나는 보았네 어느 여름날
백사장의 모래알들이
일상을 끌고 다니던 모든 시간들이
바람개비처럼 돌고돌던 모든 사건들이
조청처럼 늘어지던 어느 여름날
나는 보았네
비문도 없이 봉분도 없이
절절 끓는 백사장 위에
갈래갈래 풀어진 옷고름 같은
피리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되어 떠나던 해파리 한 마리
바람소리도 해파리도 조청처럼 늘어지던 바람개비도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처없이 둥둥 떠가던 뭉게구름도
풍덩풍덩 바다에 빠지는 것을 나는 보았네
바다속엔 구름이 거꾸로 흐르고 시간을 적시며 비가 왔네
기약도 없이 비문도 없이 日記와도 같은 時間들을 꽃잎처럼 적시며 목이 쉬도록 비가 왔네
침전처럼 어두운 바다 저너머 하늘 저너머
나비날개와도 같은 또다른 세상이 있을까
구름속에 시간속에 바람소리처럼 풀어지던 해파리 한 마리
팔꿈치를 톡톡쏘던 가시를 달고 너울너울 또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꼿꼿이 세워둔채 비에젖은 시간만이
바람소리처럼 내내 출렁거렸네


봉평 영세서 김상기 017 375 4123

** 답 글 ***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 댔습니다.
꽤 온랜 시간을 두고,
나의 믿음이 허물어 질까 두려워하는 간사한 마음을 추스리며
다짐하고 다짐했습니다.

나비날개와도 같은 또다른 세상이 있다는걸 믿기까지,
나비의 나래짓이 허상 처럼 번득 거린다 해도
허상과 실상이 다를게 없는 세계속으로 몸을 던져 버린 이상
바람소리 처럼 내내 출렁 거리며
웃기도 하며 울기도 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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