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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천하일미 선유락(天下一味仙遊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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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8-07-29 11:13 댓글 0건 조회 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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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관호)

옛말에 '복(伏)날에 개 패듯 한다' 라는 속담이 있다.
왜 복날에는 개를 패는 걸까?

우리네 생활속에서 언제부터인지 복날이면 개를 잡아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유야 어쨌던 지금까지도 용케 없어지지 않고 보존되어서 찌는둣한 무더운 복중(伏中)에도
펄펄끓는 '개장국'을 훌훌 들어마셔 몸보신 한다는 얘기는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는
터이다. 복(伏)자를 파자(破字)하면 사람인(人)과 개견(犬)이 되는데 언필칭 '사람이 개를
먹고 더위를 피해 엎드린다' 라는 뜻으로 풀이가 될법 하니 개와 사람과 복날은 서로 엮여
있긴 한 모양이다.

사기(史記)에 봉덕공(奉德公) 2년에「 비로소 삼복(三伏)제사를 지내는데 성안 사대문에 개
를 잡아 충해(蟲害)를 막았다 」고 적혀 있다.
그래선지 몰라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정조(正祖)때에도 개장은 '삼복중의 가장
좋은 음식'으로 되어있다. 일설에는 삼국시대부터 생긴 습속(習俗)이라고도 한다.

개장을 별칭으로 '보신탕(補身湯'이니 '사철탕'이니 부른다.
'보양식(補陽食)이라는 점잖은 이름은 88올림픽때 외국사람 비위를 마추기 위한 것이고...
복더위를 잊으려고 개장국을 끓여먹고 또 그것을 굳이 보신탕이라고 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펄펄끓는 개장국에다 소주 한잔을 곁드려 쭉-마시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게 더위를 이기는 한가지 방법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이치에도 맞다는 얘기다.
대체로 여름에는 한두시간에 1ℓ 의 땀이 나온다.
이 땀이 600 cal의 열량을 앗아가는데 만약 60 kg체중의 사람이라면 체온이 이 땀으로 하여
약 12도나 내려간다. 그러니까 땀이 나오지 않는다면 1시간만 있으면 체온이 43도의 사선
(死線)을 돌파하게 되는 것이다.
헌데 더위를 이기는데 없어서는 않되는 영양분이 Protein(단백질)이다.
이만한 스태미너를 위해서는 체중 1kg에 최저 1.5g의 Protein이 필요한데 으뜸가는것이
바로 육류이다. 과연 개를 잡아 먹지 않을수 있겠는가?
특히 개고기에는 Amino Acid(아미노산)가 쇠고기보다 더 많이 들었다는 데야...

그런데 이런것까지 따지고 개장을 먹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그저 흔한게 개였으니까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물론 요즈음은 다르지만)
서양 사람들은 개를 잡아먹는것을 다시없이 잔혹하고 몰인정한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잡아먹을 짐승이 많았다.
일본사람들도 개장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물고기류가 흔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가난하기에 가장 흔한 것이기에 먹은 개장이였을 것이다.
소고기가 귀해서 먹은 개고기 였다. 닭도 옛날에는 개보다 귀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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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신탕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시골살때 술친구 꾀임에 넘어가 무슨 고긴즐도 모르고 먹어 봤는데 본격적으로 맛을 들이
기 시작한것은 극히 최근에 와서였다. 소위 '광(狂)'들 처럼 정순(淨純)의 경지까지 들자면
아직도 일천한 내 경력으론 요원한 일이지만 -
70년대 초 처음 상경하여 서울 행당동에 살때에는 알맞은 구미들이 있어 여름 한철이면
너댓번씩 이 보신탕을 즐겼다. 물론 시내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산재해 있는 보신탕집에서
그냥 사먹는것 말고 직접 우리 손으로 산놈을 끌고가 백정이 되고 조리사가 되어 즐기는
'천렵식(川獵)'보신탕 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예전 서울서 이 천렵보신탕을 할수있는 가장 좋은곳은 경기도 성남이였다.
상대원이나 모란행 버스를 타면 1시간 정도이므로 거리상 가깝고 무엇보다도 그곳에 가면
남한산성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천연수에다가 선행자들이 만들어 놓은 황토아궁이가 곳곳
에그대로 남아 있어 그릇과 땔감만 준비해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변두리에 있는 개장수집에서 속칭 '똥개'라고 불리는 알맞은 토종 황구(黃狗)를 고르면 주인
이 뒷마당으로 끌고 가서 도살하여 내장까지 손질한후 비닐포대에 싸서 포장한후 운반하기
좋게 만들어 준다.
개를 잡는 방법이 밧즐로 목을 매달아 교살시키는데 이는 고기맛이 그렇게 해야 가장 좋기
때문이란다. 소는 두개골을 때려 타살하고 닭은 목을 비틀어 죽이고 염소는 웅덩이에 주둥
이를 쑤셔박아 질식사 시키는 것도 각기 특유의 육향(肉香)내기에 알맞은 방법이라는 속설
이 맞는건지는 모르지만 ㅡ

개는 8쟁기(여덟등분)로 해체한 후 솥에 넣고 익히는데 이때 연료는 나무보다 볏짚이 노린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력이 크다고 한다.처음 개복하면 맨먼저 생간을 소금에 찍어 소주와
함께 먹은후 그다음 내장인데 애초에 솥에 넣을때 내장은 짚대나 노끈으로 묶어서 넣었다가
꺼낸다.그 다음이 지라와 이자에 붙은 연한 고기로 토시목.다음이 목덜미살,다음이 갈비쪽,
그 다음이 사족(四足). 그리고 마지막 머리짬 순으로 정해진 순서를 지킨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웃통을 벗어 부치고 펄펄끓는 개장국을 식은 밥 한덩이 넣고 꾹꾹
말아서 들이킨 후 소주 몇잔을 거푸 곁들이면 그야말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먹고 배부르면 그냥 쓰러져 자고 깨어나면 또 먹고...그래서 국물까지 께끗이 처리할 즈음
이면 가나긴 여름해도 동그마니 서쪽 산허리에 걸리게 마련이다.
이튼날 아침에 일어나서 당장 세수를 해 보라.
온몸에 지방분이 번득이고 세수물에 노오란 기름끼가 동동 떠돌 것이니 여름철 스태미너
보충에 이보다 더한 것이 또 있으랴. 특히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고기 몇점만 먹어도
며칠씩 속이 더부룩해 지는 우리같은 늙은이들에게는 ㅡ
덤으로 오랫만에 할멈의 주룸진 양볼에도 간밤의 춘사(春事)로 인하여 새악씨때 처럼 복사
꽃 같은 홍조(紅潮)가 피어 남을 완연하게 볼터이니 이거이 일석삼조(一石三鳥)로
「천하일미 선유락」아니고 또 무엇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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