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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쇠뿔도 단김에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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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bs 작성일 2006-01-26 22:15 댓글 0건 조회 2,0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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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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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의 유래


이 말에 대한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어떤 일이든지 하려고 생각했으면 한창 열이 올랐을 때 망설이지 말고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들은 이 말을 무슨 일이든지 기회가 왔을 때 빨리 해치워야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소뿔이 여기에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다가 현대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것이라고 생각되어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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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 말은 소의 뿔을 뽑을 때 열을 가해서 잘 달군 다음 흐물흐물해졌을 때 뽑아야 한다는 것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이 말의 정확한 뜻과 올바른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소뿔이 과거의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고, 지금도 얼마나 다양하게 쓰이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의 뿔은 지금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근현대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는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소뿔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도구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몇 가지만 살펴보아도 그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첫째, 소뿔은 가구의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목기세공품을 곱게 만드는 각질(角質)의 공예 기법을 화각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소뿔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화각은 고급목공예에는 반드시 쓰는 것으로 목공예의 나무에다 먼저 채화(彩畵)를 그리고 그 위에 소뿔을 아주 얇게 오려 덧붙이는 것인데, 신라 때부터 쓰였던 기술이다. 화각에 사용하는 소뿔은 젊은 황소의 뿔 중에서도 맑고 투명한 좋은 것을 쓰는데, 약 두 시간 정도 열을 가해서 찌면 뿔이 부드러워지면서 그 속에 있던 힘줄인 뼈가 빠져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1밀리에서 0.3밀리 정도의 두께로 깎아서 사용하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여기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화각에서 쓰는 소뿔 가공법은 뿔을 뽑는 것이 아니라 뿔에 있는 뼈를 배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뿔을 뽑는 것과는 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화각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소뿔은 그 외에도 섬세한 무늬를 내거나 가구를 곱게 할 때, 또한 이음새 등에서 쓰였기 때문에 이것은 나무로 만드는 목가구에는 모든 분야에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각은 한·중·일의 삼국에서 많이 쓰는 가구 기술인데, 한국의 소뿔로 만든 것이 가장 좋은 평을 받는다고 하니 전통공예에 소뿔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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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소뿔은 활의 재료로 쓰인다. 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활은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무기 중의 하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활은 멀리 나가기도 하고 정확도가 매우 높아서 중국 사람들이 무서워하면서도 그 기술을 배우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특히 한반도와 만주대륙에 걸쳐 대제국을 이루었던 고구려와 중국 수나라의 싸움에서는 안시성의 양만춘이 성 위에서 활을 쏴 그 아래에 있는 수양제의 눈을 뚫었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활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얼마나 훌륭한가를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활은 전쟁터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무기인데다가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반드시 좋은 활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요가 엄청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의 재료가 바로 소뿔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 소뿔이 지니는 가치는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활을 국궁이라고 하는데, 고구려 산상왕 때인 2세기경부터 소의 뿔을 재로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궁 중에서 소뿔을 재료로 해서 만든 활을 특히 각궁(角弓)이라고 하는데, 소뿔과 물소 뿔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물소 뿔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한정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소뿔로 만든 각궁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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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시치미, 노리개, 술잔, 부채, 각퇴 등에 사용된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하여 몸에 붙여 놓은 얇은 명패인데, 소뿔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바인데, 이것의 재료가 바로 소뿔이었다. 또한 노리개 중에 귀면(鬼面)범발톱 노리개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 역시 소뿔로 만든다고 한다. 이것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먼저 소뿔로 범 발톱 형을 만들고 은으로 도깨비얼굴을 조각하여 그것에 물렸는데 그 조형미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소뿔은 술잔으로도 많이 사용되었고, 전통악기인 편종·편경 등을 치는 뿔 망치의 재료로 사용된다. 편종이나 편경 같은 타악기를 치는 도구인 망치를 각퇴라고 하는데, 소의 뿔 윗부분을 잘라서 그곳에 구멍을 뚫고 손잡이를 달아서 만든 것이다. 또한 소뿔은 부채의 재료로도 쓰이는데, 고급부채의 살대에 소뿔을 펴서 채색한 화각을 입혀서 만든다고 한다. 이처럼 소뿔은 생활 속의 여러 도구와 놀이기구 등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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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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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발톱노리개

넷째, 소뿔은 그 외의 여러 도구들에 쓰인다. 현대 사회에서도 소뿔은 엄청난 량의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된다. 머리를 빗는 빗에서부터 시작하여 숟가락 젓가락 뿐만 아니라 장식품과 도장에 이르기까지 소뿔이 쓰이는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장의 대명사가 바로 뿔도장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소의 뿔이 얼마나 넓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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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하게 쓰이는 소뿔의 종류는 숫소뿔과 암소뿔로 크게 나누는데, 암소뿔은 다시 천지각(天地角)과 수각(垂角)으로 세분된다고 한다. 천지각은 한 쌍의 뿔 중 하나는 위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땅을 향해 밑으로 내려진 암소뿔을 가리키며, 수각은 한 쌍의 뿔이 모두 밑으로 향해 구부러진 암소뿔인데, 이것을 '잡빡불'이라하고 좋은 재료로 치지 않는다. 이렇게 된 경우는 뿔이 머리로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잘라내서 싼 값으로 내다 팔게 된다. 화각이나 기타 공예품에 사용할 수 있는 뿔은 2-3년 된 숫소의 뿔 중에서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은 고추뿔인 당신자각(唐辛子角)만을 쓴다고 하니 소뿔은 다양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매우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소의 뿔을 귀히 여겨서 그것을 매우 소중하게 다루었다.

그런데, 이 소뿔은 매우 단단한 각질이기 때문에 쉽게 가공을 하거나 다루기가 매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 소뿔은 원형 그대로 뽑아 놓아야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뽑아내는 일은 상당히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 중의 하나였다. 특히 중간 크기의 황소 뿔은 머리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그것을 원형 그대로 잘 빼내기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전문가의 솜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이러한 소의 뿔이 단단하기는 하지만 열에 약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뿔을 뽑을 때는 반드시 뿔에 열을 가하여 달군 다음에 빼내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작업을 할 때 너무 많은 열을 가하면 뿔의 모양이나 재질이 완전히 바꿔지기 때문에 머리에서 잘 분리되어 나올 정도로만 열을 가해야 하였다. 그런데, 그 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일은 소위 전문가의 몫이었다. 또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뿔은 뜨거워졌을 때는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가공하기도 좋고 휘거나 세우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일단 그것이 식어서 다시 굳어져 버리면 아무리 힘이 좋은 장사라도 빼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따라서 소뿔을 제대로 잘 뽑기 위해서는 그것에 열을 가하여 적당한 온도로 되었을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빼내야 하며, 그 시기를 잘 아는 것 또한 중요한 기술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소뿔은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는데다가 재질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은근한 열로 달구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큰 문제점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소뿔은 제대로 달구어졌을 때를 잘 맞추어서 빼내지 못하면 다시 그것을 달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한 번거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달구어졌을 때 정확하게 빼내야 한다는 사실을 비유하여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단김”은 “달구어졌을 때”와 같은 말이다. 물론 지금이야 현대식 기계로 소뿔 정도야 단숨에, 그리고 원형 그대로 잘 빼낼 것으로 보이지만 문명의 도구가 현대처럼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소뿔을 빼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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