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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자네는 그 여자를 잠자리까지 데리고 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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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내곡동 작성일 2007-02-15 12:51 댓글 0건 조회 6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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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단잔 선사가 에키도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큰 장마를 만났다.
시골길의 깊이 패인 곳으로 갑자기 흙탕물이 넘쳐흘렀다.
마침 아리따운 처녀가 그 흙탕물을 건너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라단잔 선사는 얼른 뛰어가 말했다.
"이리 오시오. 내가 도와 드리리다."
이 말과 함께 처녀를 번쩍 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었다.
에키도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녁이 되어 둘은 가까운 절을 찾아가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에키도가 입을 열었다.
"수도승은 여자를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것도 젊고 아리따운 처녀는 더 더욱 안 되는 거야.
여자를 가까이하는 일은 수도승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야.
그런데 자넨 왜 낮에 그런 일을 했는가?"

이때 하라단잔은 금시 초문인 듯 말했다.
"낮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데?"
괘씸하다는 듯이 에키도가 다시 말했다.
"낮에 예쁜 처녀를 덥석 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지 않았는가?"

하라단잔 선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 일 말인가?
나는 그 여자를 흙탕물을 건네준 후 그곳에 두고 왔는데,
자네는 이곳 잠자리까지 데리고 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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