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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기 우리나라가족 80%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가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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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리 작성일 2011-02-20 00:37 댓글 0건 조회 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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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0%,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가족’ 아니다” 
가족실태조사, 조부모 가족인식 비율 5년전 비해 40% 하락
부모 부양의식 사라질 위기… 국가사회 지원체계 강화해야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조부모를 ‘우리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3.4%로, 5년 전 63.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국민 10명 중 무려 8명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가족범위의 축소를 사회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노부모 부양의식 약화와 노년층의 소외를 부추긴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범위 축소로 인해 가족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교육현장 일선에서 도덕과 윤리교육 강화는 물론 가족간 의사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배도민(71·가명) 어르신은 얼마 전 설 명절을 맞아 찾아온 손자·손녀에게 느낀 서운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같은 서울에 살지만 1년에 만나는 횟수는 고작 2~3차례. 주로 명절이나 생일날이 전부다. 맞벌이를 하는 딸 내외는 일 때문에, 손자·손녀는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는 이유에서다. 왕래가 적다보니 사이도 데면데면하다. 배 어르신은 ‘이번 명절에는 하룻밤 자고 가겠지’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실망만 여러 번. ‘컴퓨터도 없고 재미없다’며 집에 가자고 성화를 부리는 손자손녀의 모습에 서운함만 커졌다.

이처럼 조부모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에 비례해 어르신들의 소외감도 증폭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10월, 전국 2500가구 47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2차 가족실태’ 에 따르면 친조부모·외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각각 23.4%, 2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민 10명 중 8명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족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5년 ‘제1차 가족실태’ 조사에서는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응답이 각각 63.8%와 47.6%였다. 5년 사이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동희 부산광역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가족의 형태가 생활구조나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피부로 느끼며 생활했지만 핵가족화가 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족의 범위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부모 부양의식 약화 우려
가족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그동안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하던 자녀 양육 또는 노부모에 대한 부양 의식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인의 상당수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노년기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요인을 꼽을 만큼 자녀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37.6%가 자녀 또는 친척의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홀몸노인의 경우는 43.5%가 자녀나 친척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노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의 부담감은 앞으로도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 10명 중 6명이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고, 이 가운데 39.5%가 자녀에게 의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홀몸노인의 경우는 4명 중 3명이 노후준비가 안 돼 있고, 이들 대부분이 자녀에게 의탁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는 물론 부모조차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여성가족부의 제2차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5년 전에는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한 비율이 각각 92.8%, 79.2%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각각 77.6%, 50.5%로 나타나 각각 15.2%와 28.7% 감소했다.

가정문화원 이정민 사무국장은 “현재의 40~50대까지는 노부모에 대한 부양을 기본적인 도리나 도적적인 개념으로 인식해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왔지만 연령이 낮아질수록 부모와 노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축소되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당위성도 사라질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로움·소외감 느끼는 노년층 급증
전문가들은 가족 범위의 축소로 인한 또 다른 어려움으로 노년층의 정서적인 외로움을 꼽았다. 노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자녀들이 늘면서 물질적인 부양은 물론 정서적 부양도 외면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홍명호(71·가명) 어르신은 평소 복지관 친구들에게 대기업에 다니는 사위 자랑을 자주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설 명절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조차 없는 사위가 내심 서운했다.

홍 어르신은 “먼 곳도 아니고 이웃에 살면서 안부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때는 무척 서운하다”며 “부모가 세상 떠난 뒤 제사 잘 모실 생각 말고 생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아들 내외가 7년 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김진희(78·서울 강남구·가명) 어르신도 “이민을 간 뒤 목소리 듣기도 어렵다”며 “안부 전화 한 번 안하는 것을 보면 자식 키운 보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년기에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고민하는 어르신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홀몸노인의 경우 9.5%가 외로움과 소외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홀몸노인이 100만명을 넘어 선 시점에서 더욱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가정문화원 이정민 사무국장은 “물질적 부양 약화보다 정서적 소외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낮을수록 서로간의 정서적 공감대가 줄어들면서 노부모의 경우 외로움이나 소외감, 심하면 우울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서 윤리적 소양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가족의 범위 축소로 인해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교육현장에서 윤리나 도덕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세대 간의 소통을 늘리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동희 부산광역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가족 간에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배려하지 않으면 불화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가족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갈등해소가 안된다면 상담소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가정문화원 이정민 사무국장은 “현재 교육현장 일선에서는 윤리나 도덕적인 소양을 쌓는 교육이 뒷전이다 보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나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는 윤리·도덕 과목이 강조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며, 20~30대 젊은층에게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를 통해 인식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의 개념이 축소되고 있는 사실을 문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정서적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변화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동희 부산광역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도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 요인들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에 따라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동희 센터장은 “가족의 의미를 단순히 혈연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이웃 등 지역사회로 넓혀가고 있는 추세”라며 “약화되고 있는 가족의 부양을 사회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n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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