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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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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병호 작성일 2011-09-07 15:03 댓글 0건 조회 3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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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정직함이 있다면 그것은 세월인것 같다.
세월은 갓난 아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다 큰 사람은 늙게도 한다.
만약에 이런한 작용이 단시간에 일어난다면 이것은 세월이 아니고
마술이라 이름이 붙여젔을 것이다.

그처럼  덥기만 하던 여름 ! 소음공해라고 표현하던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높아가는 하늘을 따라 멀어지고 있다. 에어컨, 선풍기에도 덮게가 씌워지고
알록달록한 양산도 접어 화장대 서랍속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길거리에는 가냘픈 고개를 내밀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향기를 뿜어내고
해바라기 곱던 얼굴에는 얼금얼금 까만 씨앗으로 열을 맞춰 들어차고
지붕위를 휘 덮었던  박 넝쿨에서  나불거진 하얀  박들이 둥글둥글 보인다.

바지랑대 꼭대기에 앉은 빨간 고추잠자리는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있는지 연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았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앞마당에 널려있는 고추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유월에 몸집을 키운 벼메뚜기는 제법 어른스런 모습으로 황갈색의
날개로 단장하고 벼 수확하는 콤바인에 쫒겨 마지막논 귀퉁이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먼 산 대관령에도 푸르기만 하던 그 빛 어디가고 저녁노을 뿌려진 붉은 빛을
모두다 거두지 못해 떡갈나무잎을 물들여 꼬깔을 씌운듯 한데 걸려있던 구름 한 덩이는
고무풍선인양 하늘을 오른다. 보드러운 적갈색으로 피었던 억새꽃은 백옥의 깃털로
꼬리를 펼쳐 가을 바람에 몸을 말리고 있다.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돌담장 어디엔가 숨어서 소프라노 맑은음  높은음으로 
사랑의 세르나데 를 부르는 귀뚜라미! 내 사랑을 찾고있다.
밤하늘의 은하수강물은 흘러흘러 남쪽하늘 끝을 지나 자취를 감추었고
눈섭처럼 꼬부라진 초승달이 서쪽하늘 방 한칸에서 구름을 밀어내며 밝히고 있다.
처마및 제비둥지에는 봄에 집짓기를 도우려고 받혀놓은 널판지에  열을지어
앉은 모습은 대충 짐작하여도  집이 비좁아 대청마루에 나와 앉아 오늘밤을 지샐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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