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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주절 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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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c 작성일 2009-07-07 16:52 댓글 0건 조회 2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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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잠이 깨고
겁없이 사람의 영역을 침범해 서성이는 고라니 발자국 소리에 잠이 듭니다.   
그 녀석들도 외로웠나 봅니다.

어제는 산토끼 한 마리가 숙소 테라스에 올라와 놀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장끼와 까투리 한 쌍이
정원의 등나무 그늘 밑에서 사랑을 나누다 들키더니
화들짝 화려한 깃털 몇 개를 남기고 꿩 꿩 비명을 지르며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7월의 우거진 숲은 싱그러운 여름바람을 일으키고 
이름 모를 풀꽃들은 그윽한 향기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옵니다.

어린 시절 병정놀이를 하다가 넘어진 김에 
풀섶에서 누워 숨을 고르다가 맡았던 바로 그 냄새입니다.

산골짝이라 이제야 노랗게 살구가 익어가 싶더니
다음주부터 두 달여 간 방학이라는 전갈입니다.

원생이 없는 산중은 사람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녹음방초가 무성한들 외롭고 쓸쓸하기 짝이 없겠지요?
 
초딩시절, 
석유냄새가 상큼하던 방학책을 받아 들고
미루나무 늘어선 신작로를 따라 집으로 한 달음질 치던
그 때가 그리운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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