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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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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옥계댁 작성일 2006-10-26 15:43 댓글 0건 조회 6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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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공부 노래 부르던
엄마가 가버렸습니다.

늦게 다닌다고
씀씀이 헤프다고, 지청구가 끊이지 않던
잔소리쟁이 엄마가
췌장암이란 낯선놈의 힘에 눌려
불러도 대답조차 없습니다.

스물 다섯 해 동안
나의 시중만 들어주시던 엄마가
겨우 일 년도 못 채운 내 시중을
마다하고 가버렸습니다.

이제사 엄마의 노래,
그 잔소리들의 의미를 조금 알 듯 한데
야속하게도 엄마는 내게
더 고난도의 숙제를 던져주고 가버렸습니다.

울다 지쳐 한 잠 자고 나면
어릴 적 어느 날처럼
엄마가 내 머리맡에 돌아와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혼자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너무 어렵고 겁이나서
엄마를 부릅니다.
어린아이처럼 엉엉울면서
대답없는 엄마를 목이 터져라 부릅니다.


지난 17일 기계과 김영춘씨 부인 문상 갔다가 상복을 입은 그 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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