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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신이시여, 왜 하필 저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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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돈길 작성일 2017-11-26 17:47 댓글 2건 조회 6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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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시여, 왜 하필 저란 말입니까?

                                                                                        2017.11.26

필자에게는 S언론사에 논설실장으로 근무하는 B후배가 있다. 이분의 특징은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글 한편씩 써서 문자 메세지로 보낸다. 글도 너무나 재미있어 필자의 usb에 담아 놓는 글도 많다. 또 거리를 지나다 흥미있는 현상을 보면 즉각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남겨 놓는다. 그래서 보관한 사진이 4만장이 넘는다고 한다. 요즘도 한달에 3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필자는 매년 월 3권 이상 읽기로 마음으로 약속하지만 작심삼일인것 같다. 어쩌다 어느 해에는 약속을 지킨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구입하고도 읽지 못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그래도 책 사러 가는 즐거움과 언젠가는 읽을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지는것 또한 즐겁다.

며칠전 점심먹는 자리에서 요즘 재미있는 책이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가볍게 읽을수 있고 감동적인 책이 있다고 하면서 한 권을 추천해 주길래 바로 광화문으로 가서 구입하여 오늘 휴일날이고 해서 오후에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책 제목은 정태규의 『당신은 모를 것이다』2017.11.10 출판한 신간 서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보람있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러니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내용이다.

 

저자 정태규는 어느날 갑자기 오른손에 힘이 없어지면서 Y샤스 단추를 잠그지 못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오른쪽 팔이, 왼쪽 팔이 그리고 걷지도 못했다. 이상하여 병원에 진찰 결과 루게릭병으로 판명났다. 루게릭병은 불치병으로 정신은 정상이면서 육체의 근육세포만 쏙쏙 사라져 움직일수 없게 되면서 인생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는 병이다. 다시 말하면 매일 매일 조금씩 나빠지는 병, 절대 좋아지지 않는 병, 병세를 늦추는 것이 가장 최선인 병, 이것이 루게릭병이다. 루게릭병의 증상은 2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강에서 시작되는 연수형이고, 또 하나는 손이나 발에서 시작되는 사지형이다. 정태규는 사지형이다. 국내 루게릭 환자는 약 2,500명이고 매년 약 5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평균수명은 3~4년이고, 발병 연령은 50.2세(미국과 유럽은 55~56세)이다.

 

정태규 환자는 온몸에 호수를 주렁 주렁 달고 있다. 심지어 소변, 대변은 물론이고 허리에는 위루관, 목에는 연결 호흡관이 즉 기관절개술까지 인데, 한쪽은 호흡하고 한쪽은 가레와 침을 제거 한다. 이제는 전신마비상태에서 먹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호흡기를 달고 숨을 쉰다. 두 눈을 깜박이는것 말고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깜박일수 있는 두 눈으로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에 의지해 글을 쓰고 세상과 소통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생의 기쁨과 희망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안구마우스로 음악, 영화, 카톡, 쇼핑, 심지어 바둑도 둔다. 이 책도 그의 안구마우스로 험겹게 써내려간 감동적인 인생의 기록이자 작가로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고통 중에도 타인을 배려하는 노력과 유머를 잃지않는 그의 시적인 문장들은 너무 아름답고 따뜻해서 오히려 슬프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며, 당연히 누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자주 잊고 사는 우리에게 그의 글들은 용기와 감사 그리고 희망을 심어준다.

 

소설가 정태규는 “루게릭병 환자들이여, 우린 아직 죽은게 아닙니다. 죽음에 저항하며 동시에 죽음을 긍정하며 우리의 삶을 영위합시다.” 또 그는 착하게 살진 못했어도 그렇다고 10만 명당 한두명에 꼽힐 만큼 나쁘게 살지도 않았는데 ....세상에 악독한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오진이라고 절규하고 싶었다.

“신이시여, 왜 하필 저란 말입니까?”

 

정태규의 부인은 언젠가 완치가 되기를 바라면서 하루에 세 번씩 영양식과 또 하루에 세 번, 여덟가지의 과일과 채소를 갈아서 만든 청혈주스를 호스로 그의 위에 흘려 넣는다. 두 아들은 배변, 소변을 담당하는 가족들의 사랑이 감동적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신시사이저 음을 이용해 강연하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모습을 기억한다. 꽃다운 스물한 살에 발병해, 3~5년을 생존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그는 50년 이상 장수하고 있다. 올해 일흔다섯 살이니 천수를 누리고 있다. 정태규는 지금 7년이 넘도록 투병하는데 아마도 스티븐 호킹 박사보다 긴 80세 아니 백수까지 살것으로 확신한다.

 

몇년전 82세로 작고한 미국 뇌신경학자 겸 작가 올리버 색스는 불치의병으로 숨지기 전 보석같은 에세이 네 편을 뉴욕 타임스에 발표했다. 에세이 책의 제목은 ‘고맙습니다.’이다. 정태규도 오래오래 살면서 ‘고맙습니다.’라는 책이 다시 출간되기를 기원하면서 빠른 쾌유를 빈다.

                                            37회 최돈길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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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최돈길, 그대가 나의 친구라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삶의 형식을 강조한 공자의 윤리관 보다 삶의 가치를 강조한 장자의 무위(無爲)에 방점을 찍고
살아왔는데 그 어떤 처지에서도 삶의 가치를 지켜가는 정태규 작가의 가치관에 박수를 보내며
하루 속히 회복하는 기적 같은 축복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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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길님의 댓글

최돈길 작성일

김윤기 학형
필자의 글은 항상 기고나면 좀더 깊이있게 쓸것을 하면서 매번 부끄럽고 반성하면서 쓰고 있네. 그래도 같은 시대 같은 학교에서 같이 졸업했다고 해서 코멘트에 감사하네
사실 김윤기 학형이야 다방면에서 일가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사진 실력은 전문가 수준을 넘어섰고, 역사는 한국사, 중국사 등 각 나라에 대해 섭렵하였고 정치적 혜안은 정론직필이고 또 세상을 보는 시각은 정곡을 찌르지. 우리 강농의 흔치않은 인물이라 믿어 의심치 안네. 앞으로도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있기를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