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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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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2-01-13 22:38 댓글 0건 조회 2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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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푸르름으로 여름을 보내고
갖가지 색으로 치장한 가을을 보낸 겨울산은
자신의 골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또 다른 자신의 면모를 세상에 보여줍니다.

봄의 현란한 푸르름도
여름의 싱그런 녹색의 향연도
가을 오색의 단풍도 뒤로하고
본 바탕을 모두 드러내기는 하였으나
단지 벌거벗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런 치장이 없는 겨울산은
소탈하지만 가볍지 않고
쓸쓸하지만 외롭지 않고
썰렁하지만 춥지 않고
비어있는 듯 하지만 그득한
잘 살아온 노년의 중후함 같은 향기가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죽음보다 더 고요한 침묵을 벗하며
안으로 안으로 내면을 返照하여
깊은 명상으로 自性을 깨우친 겨울산은
어느 날
인연의 닿음이 시작되면
껍질이 터지는 아픔을 환희로 받아드리며
세상을 향해 다시 또 푸르름을 드러낼 테지요.

緣起의 이치를 꿰지 못한 衆生은
겨울산 앞에 서 있어도
내가 만든 虛想의 족쇄에 스스로 묶여
있지도 않은 고통을 만들고
실제와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삶을 살지만
어느 禪師의 詩 한 수를 잊지는 않습니다.

“靑山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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