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3기 연곡천에 얽힌 사연(마지막 회)
페이지 정보
본문
연곡천에 얽힌 사연(마지막 회)
계장시험 때는 다른 꿈(법원장님이 옥돌로 된 4각 도장을 내게 주었는데 그것이 계장부터 부여된 소송법상 단독관청으로서의 직인이었다.)을 꾸고 합격하였는데, 사무관 승진시험 2차 주관식시험(4과목) 보기 전날 밤이다.
연곡천을 또 꾸었다.
꿈에 장마로 물살이 세게 흐르고 있는 지금의 연곡천 구 다리를 어떤 사람이 장마로 떠내려온 큰 나무를 어깨에 메고 가다가 세찬 바람에 나무와 함께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큰 소리로 나무보다 늦게 떨어져야 살 수 있다고 소리쳤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유유히 다리를 건너왔다. 그런데, 그렇게 성난 물결이 잔잔한 물결로 바뀌어 물위에는 그 옛날 서양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유람선 여러 척이 한가롭게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깨어났다. 기분이 산뜻했다.
나는 운좋게 전국 50명 뽑는 2차 시험에도 합격하였다.
연곡천은 내가 어릴 때에는 놀이 장소와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고, 다 커서도 나의 중요한 시기 때 마다 내 앞 날을 예견해 주고 안내해 주었다. 나에게 연곡천은 어머니의 가슴과 품속 같다. 지금의 연곡천은 옛날처럼 아름답지 못하다. 군데군데 섬처럼 되어 있는 연곡천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나는 연곡천을 위하여 보답해 준 것은 아무도 없다. 연곡천을 관리하는 기관장이 되지 않는 한 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알맞게 준설하여 아름다운 천으로 가꾸었으면 한다.
한 때는 퇴임하면 귀향하여 고향을 위해 일할까도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귀향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금년 1월 청평으로 귀촌하였다. 주 1)
매일 북한강을 바라보며 강바람을 맞으며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새벽과 저녁으로 채소밭과 화단을 가꾸는 재미가 괘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옛날 부모님들이 즐겨 부르시던 국악과 시조를 들으면서........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농작물은 내가 가꾼 만큼 보답해 준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 곳에 살면서 며칠전에 시 아닌 글을 써 보았다. 아주 졸작이지만 여기에 옮겨본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江 邊 夜 回
일찍 10시에 잠들어 문득 깨어보니 새벽 2시가 좀 넘었네.
마루에 걸터앉아 강 건너 마을을 보니 오색불빛이
달빛과 함께 밤을 밝히고 있었네.주2)
강물에 드리워진 불빛은 더욱 아름답고, 강태공의
낚시 불빛은 한가로운데, 잠을 쫓은 고단한 어부는
아직도 배를 바삐 움직이네.주3)
달빛에 담배연기 구름처럼 퍼지고, 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이
내 몸에 스치니 한낮의 무더위가 언젠가 싶네.
이런 저런 상념하다 장닭 우는 소리에 벌써 4시가 넘었다네.
나는 정선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집사람 때문에 서울로 내신하게 되었고, 1983년 12월 19일부터 만 30년을 서울에서, 이곳 청평에서 1년차 살고 있으니 고향을 떠난지가 어언 31년이 되어 가고 있다.
나에겐 연곡천은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삶의 원천이요,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다. - 끝 -
주 1) 여기서 금년이란 2014년을 말합니다.
2) 소생의 집은 북한강 줄기 코앞에 있어 봄부터 12월 초까지 수상스키 마니아들로 북적입니다.
3) 어부들은 소생의 집앞부근에서 4-5척이 초저녁부터 제가 잠들기 전까지 배에 불을 밝히고(불빛이 너무나 아름답
습니다.) 바지락등을 채취하는 줄 알았는데, 밤새도록 채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후기 : 저의 졸필을 끝까지 읽어 주신데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신 친구님
들께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고 있군요. 왠지 허전한 마음이 온 몸으로 느껴오는 것
이 나만의 정서일까요. 친구님들의 건강과 가정에 늘 좋은 일 많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