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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故 박영철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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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게.
학교 때 처음 본 자네는 참으로 야무지고 부지런한 친구였네.
앞에서 2번 이었던가 3번 이었던가 작은 체구였기에 그것은 자네만의 생존법이였는지도 모르겠네.
졸업을 하고 산들이 온통 벌거숭이던 시절에 산림청에 들어가 30년이 넘게 오로지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힘썼지.
더러 산불로 소실이 되기는 했지만 자네가 청춘을 바쳐 심고 가꾼 산야의 나무들은 숲이 되고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 언제나 처럼 푸른 그대로인데 왜 그리도 서둘러 황망히 떠났는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네.
고등학교를 졸업이후 서로 갈 길이 달라 함께 할 시간은 별로 없었기에 이제는 가끔씩 만나 밥이라도 같이 먹을 여유가 생겼는데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네.
춘천 병상을 찾았을 때 고통 속에서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친구들을 맞이하더니, 일 전 누군가로 부터 손주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피할 수 없었다면 한 달이라도 더 살아 손주를 안아 보고 떠났어야지...그저 안타까움만 더 할 뿐이네.
세 번째 병원으로 문병을 갔더니 딸네 집에 머물고 있다며 곧 다시 입원을 한다기에 그때 좀 더 기다렸으면 마지막 가는 손이라도 잡아 보았을 텐데...
자네가 빠지는 바람에 기사무실 고스톱멤버가 구성이 안 된다고 빨리 나아서 돌아오라던 정든 친구들의 당부를 뒤로하고 어찌 그리도 쉬 떠난다는 말인가.
나는 조문을 이 추도사로 대신하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해 매우 미안하네.
우리 모두는 참 성실하고 다정다감했던 친구로 오래 자네를 기억할 걸세.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먼저 그 길을 가야만 했다면 이제는 고통 없는 그곳에서 부디 편안히 잠드시게.
그러다가 가끔씩 깨어 내려와 숲의 정령이 되어 젊은 날 자네의 열정과 땀이 배인 나무들을 산불로부터 지켜주고 온전히 푸른 숲을 이루도록 잘 살펴주시게.
한번 산림인은 영원한 산림인이 아니던가.
임과에 입학할때 부터 자네는 참으로 훌륭한 나무들의 영웅이었으며
우리들의 좋은 친구였네.
댓글목록
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인간의 영혼에 대해 공부하는 동창 친구 장영기 목사님과
배헌영 법사님은 일찌기 친구의 별세 소식에 이렇게 슬퍼하고 위로했습니다.
“인생길 종착역 금생(今生)의 끝자락,
그러나 이생(異生)의 천국(天國) 입성 환영회가 열릴 것을 믿으며
위로와 소망을 보냅니다.” (松川 장목사)
“숨 한 자락에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니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이라.
헨드폰을 울리는 벗의 부음에 한참 가슴 저렸으나 누구나 가는 길인 것을...
육신을 벗어 던진 그대에게 묵념을 올립니다.” (西天 배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