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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re] 가을이 머물고 있는 길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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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부리 작성일 2007-09-06 10:26 댓글 0건 조회 8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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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머물고 있는 길가에서 / 오광수


가을이 머물고 있는 길가에는
이름 모를 하얀 들꽃 속에서
먼길 장사하러 가시며
어린 자식들 떼놓고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질 않아
몇 번이고 뒤돌아 보시던
어머니의 눈물을 봅니다.

흰 수건 머리에 쓰시고
장사 보따리 그 위에 얹고
싸리 대문 나서다가는
발걸음 돌려서 부엌으로 가시며
"늦더라도 밥 챙겨 묵거라"
찬장에 반찬 몇 가지
솥 안에 감자밥, 열어보이시던 어머니

이맘때쯤 산골마을은 서리도 일찍 오고
먼길 바쁜 걸음으로 가셨을 길은
찬서리가 발등을 시리게 했을 텐데......
가을이 머물고 있는 아침 길가에
하얗게 수건같이 핀 들국화에도
그때 그 서리 녹아 방울 방울
어머니 눈물같이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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