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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친구의 영전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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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Y 작성일 2015-06-25 23:33 댓글 0건 조회 5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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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급해 그리도 황망히 떠났는가.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같이 나눌 기회도 안주고...
끝내 자네를 지켜주지 못한 죄인 된 심정으로 이 글을 쓰네. 

그러고 보니 두 달여 전 아픈 몸을 이끌고 친구 모친상에 문상을 왔던 때가 자네와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네.

그 이후, 몇 차례나 자네를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그 만남이 이 세상에서 자네와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망설였다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오늘 아침에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자 싶어 내려가려고 막 채비를 하던 참에 도착한 한통의 문자는 나를 털썩 주저앉게 만들었네.  

다들 곧 떠날 것 같다고, 그럴 것 같다고 하기에 예견이 되었던 일이긴 했지만 하루만 더 살았어도 차가워져가는 자네 손이라도 잡아줄 수 있었는데 말일쎄.

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난 자네는 늘 활달하고, 공 잘 차고, 유머러스하고, 그저 밝기만 한 친구였지.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알았던 것은 졸업을 하고 난 한참 이후였네.

학교 시절에는 썩 친하지 못했지만 졸업이후 방황기를 함께 해줬던 친구, 그저 의욕이 앞서 헛발질만 했지만, 꿈과 열정과 고뇌가 함께했던 청년기를 지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장가들고 애들 낳고...잘 살아가는가 싶었었는데,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세 아이들을 두고 이렇게 홀연히 떠나는가. 

어느 해 단오절 늦은 밤 입암동 천방둑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네와 옷이 다 찢어지고 상채기가 나도록 치고받고 싸운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추억도 가슴속에 묻어야 할것 같군. 바로 엊그제가 찔레꽃 향기로운 그 단오였다네.   

친구.
남들이야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제 힘든 처지는 생각도 않고 동네 일, 어려운 이웃, 어려운 친구부터 먼저 생각하던 친구. 젊은 시절 지가 무슨 돈키호테라도 되는 양 정의감에 사로잡혀 궂은일 마다 않고 앞장섰던 친구. 내 친구. 우리의 친구.

누군들 아쉬움이 없는 인생이 있겠는가. 그곳에서는 이승에서 못 다 이룬 꿈 이루고 살게.

호연지기를 키우던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남항진, 그 푸른 바다에 알몸둥이로 뛰놀던 유년시절, 낳아 주신 것만으로도 부족해 끝까지 자네를 지켜주셨던 인자하신 어머니, 푸른 솔받, 정겹던 친구들...좋은 기억들만 골라서 안고 가시게.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히 잠드시게. 

나도 이제 눈물을 거두고, 마지막으로 자네 이름을 불러보네.
친구 태남아! 이제 이승에서의 허물, 슬픔, 가슴아팠던 기억일랑 훌훌 벗어던지고 부디 고이 잠드시게.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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