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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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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푸른 세상 작성일 2007-10-10 18:02 댓글 0건 조회 8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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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7시에 태릉에 집합하여
저녁 식사로 감자탕을 먹고 바로 한계령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뇨자들끼리 봉고차에 오르고...
남정네들끼리 승용차에 낑궈 타고...
서로 히히덕 거리다 보니..
배꼽은 우리들의 몸을 이탈하여 즈그들끼리 ..
이미 한계령을 넘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에 한계령에 주차한 다음...
주차장에 주방을 설치했습니다.

그날이 마침..
김한기님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친구를 위하여 미역을 준비해온 창식씨는...
주차장에서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새벽에.....단지 친구라는 이름만으로...

한 잠도 못잔 일행들은 감동의 미역국을 먹으며...
날이 더욱 밝기만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
고속 버스들은 속속들이 우리의 차 옆에 도착했고...
어두컴컴한 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레쉬를 번쩍이며 씩씩한 모습들로 한계령을 넘어 갔습니다.

"야! 우리도 이렇게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가자."
일행중 몇몇 사람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어휴~ 환한 대낮도 어려운데...그러다가 무릎이라도 깨지면 어쩔라고...."
우린 그때까지만해도...
단순한 생각에 그쳤습니다.
그 다음에 다가올 위기는 전혀 예견도 하지 못한체....

수시로 모여 산행을 하는 우리들의 살림살이 또한
무척 알뜰한 편이었습니다.
하여 아침도 주차장에서 해먹고...
밥을 다시해서,,,도시락도 준비했습니다.
반찬은 각자 집에서 준비를 해오는 철저한 준비까지....

key-k 산악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우린 달콤한 단잠도 외면한체...
새벽 6시에 드디어 한계령에서 부터 한걸음을 떼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발을 딛는 순간 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되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게 하였습니다.
일행들과 동네 어귀에 있는 산행을 할때엔...
그저 콧노래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헉헉거리는 숨가쁜 소리외에는 대답할 수 있는 기력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그런 예감을 못한 것 또한
화근의 불씨였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살짝 고백하건데...
강릉에서 김윤기 선배님께서도 도전하신다는 소문에....
설마 우리가 해내지 못할것인가?
하는 설마가...바로 사람을 잡고 말았습니다. ㅠㅠ

"더 이상 난 못가겠어.'
'나 좀 택배로 부쳐줘.'
"나 돌아갈꺼야."
온갖 앙탈을 부려 보았지만....이미 돌아가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것을....흑~흑~

"조금만 더 올라가자."
"베낭 이리줘봐."
큰 덩치만큼이나 마음까지 넉넉한 최광윤씨가 희생 정신을 발휘하였습니다.
뒤에는 무거운 그 눔의 밥 덩어리와 반찬등 돌덩어리를 짊어지고...
앞에는 나의 베낭까지 ....
그리고 또 한 손으로 나의 손을 잡아 끌어 주며...
"조금만 더~."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덕분에 포기하려던 마음을 접고 한 발 한 발 내딛고 중턱쯤 올라섰을때....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 왔습니다.
우려했던 그대로...
kek-k 선발대에게 따라 잡히고 만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벽 6시에 출발하였고...
kek-k 선발대는 아침 8시에 출발하셨다는데....
흐~미~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몇시에 출발하셨는데....아직 여기에 계십니까?"
반가움보다는....쑥스러움이 더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거늘.....휴~

그 다음 선발대에 따라 잡히고...
또 다른 일행들에게 거침없이 추월당한체...
점점 몰골이 초췌해져 갔습니다.

'왜 왔을까? 정말 내가 왜 왔을까?'
후회스러움에.... 목까지 치 받쳐 오는 숨막힘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래도 독려해주는 일행들에게 행여 민폐를 끼칠까봐...
두 발 대신....네 발을 사용했습니다.

"어머! 저기 단풍 좀 봐."
남들은 아름다운 절경속에서 탄성을 지르며...
감상에 빠져 있었지만...나에게는 그 마저도 사치였습니다.

눈물을 감추고~ 눈물을 훔치고~
그저 앞만 바라 보고 마음속으로 이를 악 물었습니다.

대청봉을 한 고개 앞둔 휴게실에서...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나를 향해 일제히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일행의 품속으로 파고 들면서 얼굴을 감추었지요.
너무도 민망해서...ㅋㅋ
(지금이니까 웃음이 나오지만...)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바람은 어찌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몸은 저절로 바람에게 끌려 다녔습니다.

"야! 어디서 도시락 먹고 가야지?"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는가?
도시락을 펼쳐 놓으니...
백조가 준비해온 더덕 무침,멸치 볶음,김치 볶음,등등...
시의원이 준비해온 연근 조림...그리고..뭐~더라.
암튼 우리 집 식단 보단 아주 훌륭한 식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힘들고 세찬 바람 때문에...너무 춥다 보니..
그 맛난 음식도 고이 삼키지 못했습니다.
그저 허기진 배만 대충 채우고....
즐거운 산행이 아닌 또 다른 고행을 위하여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하였습니다.

'대청봉의 정상이 이리도 험난할 줄이야....'
만만하게 생각했던 나의 거만한 생각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번엔 조태신씨도 합세해서 내 손을 잡아당기며...
뒤에서도 밀어 주는 협력 덕분에...
드디어 말로만 들어 왔던 대청봉 정상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모든 사람들이 기록에 남기려고....서로 자리 다툼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대~청~봉~
이 세 글자 앞에서.....

독 사진이 어디 차례나 갑니까?
하나,둘,셋....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숫자의 셋까지도....
사람들은 빨리 비켜 달라고 아우성들이었습니다.

정상에서 여유로운 시간도 갖지 못한체....
모자가 바람에 날아갈세라....모자를 움켜쥐고...허겁지겁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대~청~봉~
이 세 글자만 눈에 새기고.....ㅋㅋ

"내려갈때에는 얼마 안걸린데...."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한결 수월하겠지....'
이런 위험한 발상이 그대로 무너지는 순간이....
또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 계단....
아직까지도 도로에 깔린 돌만 봐도 돌아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ㅋㅋ

"아이고~ 아이고~"
고벵이에 힘 좋다는 남정네들마저 ...한 두사람씩 무너져 내리는데....
어디에서 구했는지...뭔 파리약 뿌리듯이 뿌려 대는 그 무엇이 있었으니....
만병 통치약인 뿌리는 파스였더라~

"나두~ 야~ 나두 좀 뿌려줘라."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바지를 걷어 부치고...들이대는 부위는..
모두 한결 같았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 계단을....
거꾸로, 또한 옆으로...
별의 별 방법을 동원하여 내려오기를 두어 시간.....
"아~ 미치겠다. 이건 산행이 아니야!"
"야! 헬리콥터 쫌 불러줘."
"줄 타고 내려가는건 없냐?"
"여긴 케이블카도 안 띄우나?"
돌 계단을 내려 오는 끈을 붙잡고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도...
답은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내려 오는 길에 황태남 선배님을 위하여...
창식씨가 나팔을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흥에 겨웁고 귀에 익은 정겨운 나팔 소리에 춤을 추고 싶었지만...
몸은 점점 움츠려졌습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였고....
무던히도 참아주었던 빗방울도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였기에...
이내 마음마저 조급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야! 서둘러야겠다."
일행들의 떠밀림에도 도대체 한 걸음이 천근인지라....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글 쓰는 중입니다.)^^

어디쯤 흘러 갔을까?
"야! 이제 불빛이 보인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허탈함으로 쓰러져 버렸지요.

보이는 것은 그저...
마지막 하산하는 길이 멀지 않았다는 것 뿐이지....
아직도 한 시간쯤 더 내려가야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는 옷을 적시기에 충분한 양이 되었고...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마도 목숨이 둘이었다면....
이쯤에서 하나는 내려 놓고 싶더이다만...

우여곡절 속에 그래도 하산할 때에는 세번째이었습니다.
(이럴때 박~수가 나와줘야하는데...ㅋㅋ)
긁적긁적~ 히~~~~이.

몰골은 이미 온데 간데 없고.....
체면 또한 가출한지 오래인지라...
아무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
마저 내려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내 자신이 일행들에게 박수를 쳐줄 기회도 생기더군요,

만~세~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두가 무사히 산행을 마침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잠시후에....
반가운 선배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김윤기 선배님께선 일부러 47기의 얼굴들을 보시려고 우천중에도
끝까지 남아 계셨습니다.

반가운 인사도 잠시....
무박 2일의 긴 여정을 끝내고 다시 서울로 향해야하기에...
무조건 컴컴한 도로를 질주해야만 했습니다.

"야!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밥 먹지 말고, 여기서 먹고 가자."
일행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에..
그저 보이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여기서도...벌~러덩
저기서도...벌~러덩
예의와 체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시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힐끔거리며 쳐다보시고는
웃음으로 대신 하셨습니다.

김한기씨가 생일 턱을 내셔서....
배불리 먹고...
또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모두들 얼굴들이 초췌하고.....
울 신랑...
대청봉에 올라간 감격 때문에...
자기 눈(안경)마저 빼주고 돌아 왔다는 것 아닙니까?

지금도 안경 없이 일상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대로 다시 해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ㅋㅋ

모두들 무사히 ...
다시는 못가볼 대청봉에 다녀 왔으니....
힘들었던 만큼...
살면서...할말 또한 많을 것입니다.

"고생했어. 이보~ 고생했어."
서로를 껴안으며 찐한 인사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이후론 모두 어찌 지내는지.....알 수가 없습니다.

이보~~우~~
모두들 잘들지내고 있겠지?

우리 그래도 할 말은 있는 거 아니야?
ㅎㅎㅎㅎㅎㅎ
암튼....
대단들 혀~~~

또 갈껴?
(두들겨 맞기 전에...나 ~ 가유~~~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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