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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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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s 작성일 2012-11-11 21:05 댓글 0건 조회 4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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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이 아깝지 않더라

                                                김용택

파란 하늘 그 아래 푸른 산
사람들이 모여 물 나고 빛 좋은 곳 터를 잡아
영차영차 집을 짓고 힘써 논과 밭을 일구어
해와 달을 따르며 씨 뿌려 거두는 것같이
자식들을 늘려 동네를 이루며 살았으니
그게 몸과 마음 둘 땅이었더라.                 
앞산 뒷산 길을 따라 남자들이 나무 가고       
집안에서 아낙들이 길쌈하여 베를 짜고       
집짐승들 제 살붙이들처럼 기르며
앉아 지심 매고 서서 땅을 파
콩 심은 데 콩 거두고 팥 심은 데 팥 거두고
땅의 임자로 살았으니 누가 보기에도 좋았더라.
마을에 크고 작은 일 있을 때마다
남의 일이 곧 내 일이어서
누가 뭐라 안 해도 각자 모여들어
곡식과 품을 보태어 일 추리고
두레와 품앗이가 성하니
어허라 상사디야 그게 일과 놀이요
일 새로 시작하는 달이 명절이요
농사 다 끝나면 명절이요
달 밝으면 또한 명절이요
다달이 명절이 있으니 쉬는 날이 있고
명절 때는 정자나무 그늘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며 고된 몸을 풀었으니
그게 일과 놀이를 위한 축제였더라.

누구는 이라자라 쟁기질 잘하고
소 잘 다루고 누구는 선일 잘하고
모 잘 심고 써레질 잘하고 누구는 논두렁 잘 붙이니
논일 밭일이 걱정 없고 누구는 집 잘 짓고 방 잘 놓고
쟁기지게 뚝딱 잘 만들고
누구는 괭이 삽 호미 낫 땅깡띵깡 잘 다루니
농사 질 때는 쓸 연장이 걱정 없더라.
누구는 방 잘 짓고 떡 잘하고
술 잘 담고 삼 잘 삼고 밭 잘 매고
철그덕 철컥 배 잘 짜고
꼼꼼하게 옷 잘 지으니 집 안 일들이 잘 돌아가고
누구는 소리 잘하고
누구는 쇠 잘 다루고
누구누구는 징 장구 소구 잘 치니
모두 농악에 한가락씩 장기가 있어
이래저래 안과 밖으로 일과 놀이에 구색이 맞아
자연스럽게 다 소용되는 사람들이니
다 사람 구실을 하고
서로서로 사람 사람을 다 귀하게 여기니
동네동네 일에 아귀가 맞아
다 사람 대접을 받았더라.
갈이 슬프고 기뻐하며
태어나 살고 죽는 일이
빈부에 귀천이 없고
태어남에 근본이 같아
알고 모름에도 부끄럼이 없으니
쌀과 보리나 온갖 곡식과 채소가 잘 자라
여기저기서 불쌍치 않더라.
쌀과 보리가 불쌍치 않으니
밥 먹고 하는 일들이 좋아서
하늘 아래 땅 위에서
밥이 아깝지 않았더라.



오늘,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입니다.
위는 제17회 농업인의 날 기념 축시를 옮겼습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23%에 불과하며
2050년에 세계인구는 92억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향후 한 20년 후에도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돈 주고도
국제시장에서 곡물을 제대로 살 수 있을런지?

농업은 우리의 생존 문제인 생명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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